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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질주 — 여섯 섬의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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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님의 첫 번째 사과

마침내 임금 금오를 만난 노을은 칭찬보다 먼저 듣고 싶은 말을 꺼낸다. 왕관을 벗고 자리에 앉은 임금 앞에, 친구들이 여섯 섬에서 가져온 질문과 기록이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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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는 노을 일행이 들어오자 탁자에서 한 걸음 물러났다.

“멀리서 왔구나. 너희가 겪은 일은 보고로 읽었다. 먼저 큰일을 해 주었다고—”

노을은 임금의 말을 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금오가 깡통 속 유리 조각을 다시 보는 순간, 입이 먼저 움직였다.

“우리가 뭘 했는지보다, 왜 문을 계속 닫아 두었는지 듣고 싶어요.”

방 안이 조용해졌다.

토리의 귀가 번쩍 섰다. 새별은 노을 앞을 막지 않았다. 금오는 한동안 노을을 보다가 탁자 옆 의자를 당겼다.

“앉아서 이야기하자. 내가 먼저 설명해야겠구나.”

그는 왕관을 벗어 옆에 놓았다. 그렇다고 방 안의 긴장이 곧바로 사라지지는 않았다.

왕관은 탁자 위에서 생각보다 둔한 소리를 냈다. 노을은 금오가 그것을 벗으면 평범한 여우처럼 느껴질 줄 알았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이 방에서 누가 명령을 내릴 수 있는지는 그대로였다. 토리는 의자를 당겨 앉다가 지도장이 무릎에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끈을 풀었다.

금오는 아이들이 앉은 뒤 새별에게 기록을 가까이 놓아 달라고 했다. 큰 서류는 탁자 가운데, 원본을 다치지 않게 넣은 기록종은 설아 옆에 놓였다. 반짝이는 노을 어깨보다 조금 낮은 높이에 머물렀다. 자신도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종이 모서리를 계속 맞추고 있었다.

자기 차례를 기다리며 종이 모서리를 맞추다
자기 차례를 기다리며 종이 모서리를 맞추다

“질문을 먼저 적어 온 것도 있어요. 하지만 방금 생각난 것도 물어봐도 돼요?” 토리가 말했다. 금오는 그러라고 답했다. 모르는 것은 이 자리에서 꾸며 답하지 않고 확인하겠다고 했다. 노을은 그 약속이 지켜지는지 자신도 듣고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새별은 아이들이 본 일과 관리소에서 확인한 일을 나누어 말하자고 했다. 노을은 자신이 전체 빛길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 걱정됐는데, 직접 겪은 장면부터 말할 수 있다고 하자 조금 숨이 편해졌다. 토리는 첫 지도를 펼칠지 마지막 것을 펼칠지 묻다가 우선 둘 다 옆에 두었다.

금오가 깡통 쪽을 보자 노을은 그 물건을 왜 계속 가지고 왔는지 설명했다. 바닷길에서 처음 주운 조각이 뒤의 조각과 맞물렸고, 더 주울 때마다 잃지 않을 곳이 필요했다. “좋은 상자는 아니지만 어디서 왔는지 기억해요. 안에 든 것만 빼서 보면 그 길은 안 보일 것 같아요.”

금오는 깡통에 새 상자를 씌우자고 말하지 않았다. 어느 곳에서 주웠는지 따로 적어 둔 기록을 보여 달라고 했다. 노을은 토리와 함께 표시한 곳들을 가리켰다. 반짝이는 자신의 집 일부가 친구들의 지도 속에서 여러 섬을 건너온 모습을 보았다.

문밖에서는 일꾼이 물통을 옮기는 소리가 났다. 회의를 하는 동안에도 뜨거워진 문을 식히는 일은 계속되고 있었다. 노을은 그 소리가 방 안의 말과 떨어진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금오도 문 쪽을 한번 보고는 폭풍이 오던 밤의 지도를 자기 앞으로 가져왔다.

금오는 폭풍이 오던 밤의 지도를 펼쳤다. 위쪽에서 밀려드는 바람이 별등을 흔들자, 바람과 빛이 들어오는 문을 잠시 닫기로 했다는 설명이었다. 임시 조치 자체는 오래된 비상 절차에 있었다.

“아래쪽 상태를 확인한 뒤 열어야 했다. 나는 모든 섬의 보고가 모일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지. 보고가 모이지 않는 동안에도 문을 닫아 두는 편이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새별이 얼음협곡의 기록을 가리켰다.

“온도가 올라간다는 요청은 두 번 남아 있습니다. 어느 것까지 보셨습니까?”

금오는 첫 번째 표시를 짚었다.

“물이 따뜻해졌다는 요약을 보았다. 관이 버티지 못한다는 두 번째 말은 나중에 받았다.”

그믐이 물었다.

“첫 번째 요청에도 다시 확인해 달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그렇다.”

금오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지만, 다음 말까지 오래 걸렸다.

“나는 완성된 보고를 기다리라고 했다. 이미 내린 명령을 바꾸었다가 피해가 생길까 두려웠다. 기다리는 동안 생길 피해는 제대로 보지 않았어.”

노을은 무릎 위의 손을 폈다. 듣고 싶었던 설명인데도 가슴이 시원해지지는 않았다. 집에 돌아가고 싶던 밤과, 안개 속에서 반짝이를 부르던 순간이 함께 떠올랐다.

“아래에서는 문을 열어도 빛이 계속 돌아왔어요. 우리는 우리가 잘못 고친 줄 알았어요.”

토리도 말했다.

“지도에 길이 있어도 못 갔어요. 그걸 다시 확인하느라 오래 걸렸고요.”

금오는 두 아이의 말을 끝까지 들었다.

노을은 임금이 더 설명해 주기를 기다렸다. 잘 몰랐다는 말 뒤에 새 이유가 붙으면 자신이 겪은 일이 조금 덜 속상해질까 싶었다. 그러나 금오는 다음 서류를 꺼내지 않았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 중에는 집에 못 간 사람도 있어요.” 노을이 말을 이었다. “우리가 기다리는 곳마다 다른 사람들도 있었어요. 채소를 못 팔고, 배를 못 타고, 편지가 오는지 모르는 사람들이요.”

금오는 지도 위에서 손을 뗐다. “보고에는 운항이 멈춘 배의 수와 고장 난 문의 수가 먼저 적혀 있었다. 나는 그 숫자를 읽고도 그 안에서 누가 무엇을 기다리는지 충분히 묻지 않았구나.”

토리가 지도장을 앞으로 조금 밀었다. 집순이의 집과 삐약의 작은 그림이 보였다. 금오는 펼쳐도 되느냐고 묻고, 토리가 고개를 끄덕인 뒤에야 종이 끝을 잡았다. 지도 속의 길마다 누군가의 얼굴이 붙어 있었다.

33화 — 왕관을 내려놓고 듣는 금오
33화 — 왕관을 내려놓고 듣는 금오

“내 명령을 유지한 책임은 내게 있다. 너희와 섬의 주민들이 겪은 일을 몰랐다는 말로 넘기지 않겠다. 미안하다.”

반짝이는 자기 종이를 펴려다 모서리를 떨어뜨렸다. 노을이 종이를 주워 탁자에 놓았다. 반짝이가 손을 뻗자 종이 한쪽만 잡아 주었다.

“저도 말할 게 있어요.”

반짝이는 경고창을 보고도 바로 알리지 않은 일을 설명했다. 첫 문장은 작았고, 두 번째 문장은 중간에서 끊겼다. 금오는 재촉하지 않았다.

노을도 대신 말을 잇지 않았다.

반짝이가 마지막까지 읽자 금오는 고개를 숙였다.

“네가 일찍 알렸다면 더 빨리 움직일 수 있었겠지. 그 일은 담당 별지기와 함께 살펴봐야 한다. 하지만 어린 견습생 한 명의 알림에만 의지하도록 둔 건 우리의 잘못이기도 해. 다른 섬들의 경고까지 있었는데도 나는 잠금을 유지했다.”

반짝이는 자신이 말하지 않은 시간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들었다. 동시에 그 시간이 별등 전체를 혼자 떠받치는 기둥이 될 필요도 없다는 말을 들었다. 두 말을 함께 받아들이려니 몸 안의 빛이 잠깐 흔들렸다. 노을은 종이 모서리를 잡은 손을 그대로 두었다.

“담당 별지기는 제가 돌아오면 화낼까요?” 반짝이가 물었다. 금오는 대신 대답할 수 없다고 했다. 놀랐을 수도 있고, 걱정했을 수도 있으며, 잘못한 일을 함께 살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네 말을 듣는 자리와 네가 쉴 자리는 마련하겠다. 돌아왔다고 바로 다시 일을 맡기지는 않을 거야.”

노을은 반짝이에게 필요한 것이 벌을 받지 않는다는 약속 하나만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어디로 돌아가고 누구에게 말하며, 말한 뒤에는 어디서 쉬는지가 필요했다. 바닷가에서 처음 별을 만났을 때도 오늘 잘 자리를 정하는 일부터 시작했다는 것이 떠올랐다.

토리는 기록종의 마지막 목소리에 관해 물었다. “그 뒤에 어떻게 됐는지도 알고 싶어요. 소리가 끊겼다고 이야기가 끝난 건 아니잖아요.” 금오는 담당자 표식을 확인할 사람을 정하겠다고 했다. 지금 확실히 모르는 상태에서 무사했다고 약속하지는 않았다. 새별은 결과를 아이들에게도 알려 달라고 요청했다.

그믐은 돌을 올린 문서를 다시 가리켰다. 경고가 누구에게 언제 전달됐는지 남은 부분도 확인해야 했다. 금오는 사과했다고 그 조사가 끝난 것으로 처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토리는 자기가 가져온 물음표가 왕 앞에서도 그대로 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조금 낯설게 받아들였다.

노을은 엄마에게 힘들었던 이야기를 쓰기 어려웠던 일을 떠올렸다. 괜찮다고 하면 걱정을 덜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여기서는 높은 곳의 괜찮다는 말 때문에 아래에서 더 오래 기다린 친구들이 있었다. 노을은 앞으로 무엇이 달라지는지도 듣고 싶어졌다.

반짝이는 종이를 끝까지 읽고 접지 않은 채 놓았다. 숨기지 않으려고 계속 펼쳐 둘 필요는 없었지만, 지금은 모두가 같은 기록을 보고 있다는 것이 든든했다. 별은 탁자 위의 자기 글씨를 한번 더 보았다. 아까 방에 들어올 때보다 그 글씨가 덜 낯설게 느껴졌다.

반짝이는 종이를 내려놓았다. 노을의 손끝과 반짝이의 끝이 잠깐 닿았다.

토리가 물었다.

“그럼 이제 열면 돼요?”

새별이 지도를 가운데로 옮겼다.

“그 전에 확인할 것이 있습니다. 여섯 문을 수리했고, 빛을 잠시 빼낼 길도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별등의 깨진 껍질과 안쪽 잠금장치는 직접 봐야 합니다.”

금오는 열쇠를 꺼냈다. 번쩍이는 보석 대신 낡은 손잡이가 달린 큰 열쇠였다.

“내가 직접 함께 가겠다.”

노을은 그 말을 듣고도 쉽게 고개를 끄덕이지 못했다.

“다음에도 임금님이 괜찮다고 하면 다 기다려야 해요?”

금오는 열쇠를 보았다. 그리고 새별에게 건네려다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되겠지. 우선 오늘 작업에서는 어느 문에서든 멈추라고 하면 모두 멈추도록 하겠다. 다시 여는 건 여섯 곳의 확인을 받은 뒤로 하고.”

새별이 종이를 가져왔다.

“그 약속을 각 문에 보내겠습니다. 수리가 끝난 뒤에도 경고를 모아 두기만 하는 방식은 바꿔야 합니다.”

“함께 고치자. 비용과 사람도 먼저 보내겠다. 보고서가 다 채워질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금오는 말만 적지 않았다. 관리소 책임자를 불러 멈춤 권한과 수리 지원을 즉시 알렸다. 그믐은 문서를 받아 내용을 큰 소리로 다시 확인한 뒤 출발했다.

문서를 소리 내어 확인하고 문을 나서는 그믐
문서를 소리 내어 확인하고 문을 나서는 그믐

그믐이 문을 나선 뒤에도 토리는 탁자 위의 남은 종이를 보았다. “이번 편지가 도착했는지도 다시 알려 주는 거죠? 보내기만 하면 또 누군가는 기다릴 수 있으니까요.”

관리소 책임자는 각 문의 답을 받을 자리를 종이에 만들었다. 금오는 자신의 이름을 맨 위에 적고, 답이 오지 않은 곳은 다음 담당자에게 넘기지 않고 먼저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반짝이는 자신이 읽은 종이를 조심스럽게 접었다. “제가 있던 복도에도 담당자가 없을 때 누구를 부르는지 적어 둘 수 있나요? 그날은 처음 부르려고 한 별이 보이지 않아서 더 망설였어요.”

새별이 그 부탁을 점검 목록에 보탰다. 금오는 별등에 도착하면 담당 별지기와 함께 정하겠다고 답했다. 반짝이는 그 말이 끝난 뒤에야 접은 종이를 내려놓았다. 자기가 잘못한 일을 말한 자리에서도, 다시 필요한 것을 부탁할 수 있었다.

관리소 책임자는 각 문에서 필요한 재료 목록을 가져왔다. 노을은 해루가 적었던 조임쇠와 비슷한 이름들을 찾았다. 금오는 가장 큰 수리만 먼저 읽지 않고 현재 일을 멈추게 하는 작은 부품도 확인하라고 했다. 목록을 나누는 사람이 실제 문을 관리하는 친구들에게 다시 물을 차례였다.

토리는 비용과 사람을 보낸다는 말이 무엇부터 움직이는지 궁금해했다. 책임자는 창고에서 내줄 물건, 운반할 배, 현장에 갈 일꾼을 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종이 위의 큰 약속은 밧줄 한 묶음과 자리를 비울 수 있는 사람 한 명 같은 것들로 나뉘었다. 토리는 이제 그 물건들을 어디에 쓸지 조금 알아볼 수 있었다.

밧줄과 운반 계획으로 구체화되는 약속
밧줄과 운반 계획으로 구체화되는 약속

“새 부품을 기다리는 동안은요? 기다리라는 말만 전하면 전에랑 비슷하잖아요.” 노을이 물었다. 새별은 지금 쓸 수 있는 범위와 멈춰야 할 상태를 현장과 함께 정하고, 다음 소식을 언제 보낼지도 알려야 한다고 답했다. 금오는 그 내용이 빠지지 않도록 책임자에게 다시 확인했다.

설아는 왕이 함께 올라간다는 이유로 점검 인원을 늘리거나 발걸음을 재촉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금오는 정해진 인원과 순서를 따르겠다고 했다. 토리는 왕도 줄을 서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을 상상했다. 오늘 실제로 어떻게 움직일지는 곧 보게 될 것이었다.

반짝이는 자기 종이를 작은 천으로 감쌌다. 금오가 원본을 남겨 두어야 하느냐고 묻자 새별은 사본을 만들고 본인이 가져갈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별은 직접 꺼내 읽은 종이를 다시 받았다. 말한 내용이 기록으로 남아도 그것을 말한 친구의 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금오는 탁자 옆의 왕관을 다시 들었다가 문밖에 나갈 때까지 옆에 두었다. 노을은 그 행동 하나로 마음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대신 방금 정한 일을 누가 적고 누구에게 전하는지 보았다. 책임자가 창고 담당자에게 갈 목록을 따로 가져갔고, 새별은 현장에서 확인할 말을 표시했다.

회의가 길어지자 토리는 다리를 조금 폈다. 금오는 잠깐 쉬고 물을 마시자고 말했다. 노을은 그 말을 듣고서야 자신이 한동안 컵을 만지지도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해야 할 질문은 아직 남아 있었지만, 질문하는 아이들도 물을 마시고 숨을 골라야 했다. 방 안의 의자들이 조금씩 움직였다.

노을은 그 모습을 보았다. 미안하다는 말을 들은 것과, 이제 믿어도 되는지는 서로 다른 일이었다.

금오가 노을을 돌아보았다.

“지금 내 말을 믿으라고 재촉하지 않겠다. 내일부터 무엇을 하는지도 보아 다오.”

노을은 잠시 망설이다 말했다.

“오늘부터 볼게요.”

금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회의가 끝난 뒤 반짝이는 관리소 밖의 낮은 난간에 앉았다. 노을도 옆에 앉았다. 깨진 별등이 노을빛을 받아 붉게 빛났다.

“다 말했는데도 무서워.” 반짝이가 말했다.

“나는 다 들었는데도 아직 조금 화가 나.”

“나한테?”

“너한테도, 임금님한테도. 그런데 네가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은 그대로야.”

반짝이는 한참 그 말을 생각했다.

“그럼 내일도 네 어깨에 있어도 돼?”

노을은 빨간 목수건을 손으로 조금 눌러 자리를 만들었다.

“응. 오늘도.”

반짝이가 천천히 올라왔다. 노을의 어깨에는 아주 익숙하고, 조금 달라진 무게가 닿았다.

33화 — 다시 내어 준 어깨
33화 — 다시 내어 준 어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