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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질주 — 여섯 섬의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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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가 숨긴 기억

돌문 안의 붉은 경고창을 본 반짝이가 그 자리에 멈춰 선다. 하늘에서 떨어진 밤에 관해 아직 하지 못한 이야기를 꺼내려는 작은 별 앞에서, 노을과 토리는 조용히 다음 말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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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안으로 들어온 바람이 반짝이의 천을 흔들었다. 붉은 창은 작았지만, 반짝이는 그 밖의 다른 것을 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

꽃비가 문을 고정하고 모두를 마른 벽 쪽으로 불렀다.

“안에서 오래 머물지는 말자. 여기 앉아서 이야기해도 돼.”

반짝이는 벽의 표시를 가리켰다.

“별등에도 저게 있었어. 빛이 너무 많이 쌓이면 빨갛게 되는 창이야.”

노을은 반짝이의 말을 기다렸다.

“폭풍이 왔던 밤에 나는 별등 아래 복도에서 작은 등을 닦고 있었어. 그때 저 창이 빨갛게 켜졌어. 원래는 곧장 담당 별지기를 불러야 했는데… 안 불렀어.”

토리가 물었다.

“못 본 게 아니라?”

반짝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밖에서 꽃잎이 문턱으로 날려 들어왔다. 반짝이는 그 꽃잎이 바닥에 멎을 때까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날 낮에 내가 점검 순서를 틀렸어. 같은 곳을 두 번 닦고 다른 곳을 빼먹었거든. 그래서 다시 확인하라는 말을 들었어. 밤에 창이 빨개졌을 때도 내가 잘못 건드린 줄 알았어. 조금 기다리면 돌아올까 봐… 기다렸어.”

반짝이는 그날 들고 있던 천의 모양까지 기억했다. 별등 복도에는 작은 등을 닦은 뒤 천을 거는 자리가 있었다. 반짝이는 자기 천을 가장 늦게 걸었다. 다른 별들이 먼저 일을 마쳤다는 것을 보며 서둘러 같은 곳을 다시 닦았고, 끝내 빠뜨린 등을 뒤늦게 발견했다.

“담당 별지기는 다시 해 보자고 했어. 큰 소리로 혼내지도 않았어. 그런데 나는 그 말이 오늘은 네 차례가 아니었다는 뜻처럼 들렸어. 다음번에는 중요한 일을 안 맡길까 봐 겁났어.” 반짝이는 작은 끝을 맞대었다. “그건 별지기가 한 말이 아니라 내가 혼자 생각한 거야.”

노을은 등을 닦는 작은 별들을 상상했다. 지금까지 반짝이의 집은 높은 하늘 어딘가에 있는 빛으로만 떠올랐다. 그곳에도 일을 배우는 자리와 늦게 마치는 날이 있었다. 친구의 생활을 처음 자세히 듣는 순간인데, 반가운 마음보다 왜 이제야 듣는지 묻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

“빨간 창을 보고 나서 얼마나 기다렸어?” 노을이 물었다. 반짝이는 정확히는 모른다고 했다. 창을 보고, 자신이 닦은 등을 다시 보고, 복도 입구까지 갔다가 돌아왔다. 세 번을 오갔는지 네 번이었는지 기억이 섞여 있었다. 다만 불러야 할 곳을 알고도 가지 않은 순간이 있었다는 것은 분명했다.

붉은 창 앞에서 망설였던 그날의 기억
붉은 창 앞에서 망설였던 그날의 기억

토리는 공책을 펴려다 손을 멈췄다. 지금 기록하면 친구가 더 말하기 어려워질까 봐 꽃비를 보았다. 꽃비는 먼저 듣고, 빠뜨리지 않게 뒤에 함께 적자고 했다. 반짝이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노을의 눈을 오래 보지 못했다. 붉은 창의 빛이 천 가장자리에 닿았다.

“처음에는 그냥 표시가 잘못 켜진 거라고 생각했어. 그다음에는 내가 닦다가 뭘 건드렸다고 생각했고. 나중에는 불러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그때부터는 왜 바로 안 왔느냐고 물을까 봐 더 무서웠어.” 반짝이의 말은 점점 느려졌다. 기다린 이유가 기다릴수록 하나씩 늘어났던 밤이었다.

노을은 대답을 서둘러 주지 않았다. ‘무서웠겠네’라고 말하면 오늘 듣고 있는 모든 이야기를 괜찮다고 해 주는 것처럼 들릴까 봐서였다. 그렇다고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반짝이가 또 혼자 멈출 것 같았다. 노을은 손에 쥔 공책을 더 낮추고 그날 밤 이후에 무엇이 있었는지 물을 준비를 했다.

“그다음에는?”

노을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낮았다.

“위쪽에서 쇠가 닫히는 소리를 들었어. ‘귀환문 잠금 유지’라고 적힌 판도 봤고. 그 뒤에 바닥이 뜨거워졌어. 누군가를 부르려고 뛰었는데 늦었어. 유리가 깨졌고, 나는 떨어졌어.”

반짝이는 노을 쪽으로 조금 움직였다가 멈췄다.

“처음에는 말하려고 했어. 바닷가에서 몸이 마르면, 집에 도착하면, 새별을 만나면. 그런데 너희가 나 때문에 같이 가 준다고 할 때마다… 내가 잘못해서 생긴 일일지도 모른다고 말하면 더는 안 데려가 줄 것 같았어.”

노을은 손에 쥔 공책을 내려놓았다.

“등대에서 우리가 어디가 막혔는지 몰라서 계속 살폈잖아. 그때도 알고 있었어?”

“잠금판을 본 건 기억했어. 하지만 그게 아직 잠겨 있다는 뜻인지는—”

“그걸 우리가 같이 알아봤어야지.”

말이 날카롭게 나왔다. 노을은 자신도 놀랐지만 거두지 않았다.

등대의 계단 수를 세던 토리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대야로 돌아온 몽글, 작업대 앞에서 쉬어 가던 불씨, 지도 위에 물음표를 그리던 새별도 생각났다. 그때마다 반짝이는 바로 옆에 있었다.

“내가 물어봤을 때는 무슨 생각을 했어? 더 기억나는 게 있으면 말해 달라고 했잖아. 내가 너를 못 믿을까 봐 무서웠다는 건 알겠는데, 나는 그때 너를 믿고 있었단 말이야.”

반짝이는 대답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무엇을 말해도 변명처럼 들릴 것 같았지만, 또 침묵하면 노을에게 짐작하는 일까지 맡기게 될 것 같았다.

“오늘은 말하자고 생각했어. 그런데 네가 괜찮다고 해 주면, 오늘도 지나갔으니까 내일은 더 잘 설명할 수 있겠지 했어. 그러다 말하지 않은 날이 많아져서 처음부터 설명해야 할 게 더 늘었어.”

노을은 공책 모서리를 꽉 눌렀다. 반짝이가 일부러 자신을 바보로 만든 것은 아니라는 설명을 들었지만, 속았다는 느낌이 바로 사라지지는 않았다. 둘 사이에 놓인 종이가 바람에 한 장 넘어갔다.

“나는 기다리는 게 너를 도와주는 건 줄 알았어.” 노을은 문 쪽을 보았다가 다시 반짝이를 보았다. 크게 소리치면 마음이 조금 시원해질 것 같았지만, 정말 묻고 싶은 것은 더 작은 목소리로 나왔다.

“나는 네가 기억을 못 하는 줄 알았어. 더 물으면 힘들 것 같아서 기다렸어. 그런데 네가 말 안 한 거라면, 나는 뭘 보고 기다렸는지 모르겠어.”

반짝이의 빛이 작아졌다. 꽃비가 노을을 말리려는 듯 움직였다가 멈췄다. 노을이 소리치는 대신 자기 마음을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토리도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네가 혼자 잘못했는지 아닌지는 아직 모르잖아. 그런데 우리가 아는 것보다 네가 더 알고 있다는 건 먼저 말할 수 있었어.”

반짝이는 고개를 숙였다.

“미안해. 내가 오늘 여기서 돌아가면—”

노을이 고개를 들었다.

“또 네가 혼자 정하지 마.”

그 말에 반짝이가 멈췄다.

노을은 한동안 숨을 골랐다.

“지금 네가 없어지면 내가 더 괜찮아질 것 같아? 나는 화가 나는데, 네가 갈 데 없이 혼자 있는 것도 싫어. 두 개가 같이 있으면 안 돼?”

꽃비가 조용히 대답했다.

“같이 있을 수 있어.”

그제야 노을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반짝이는 가까이 오지 못하고 자기 자리에서 기다렸다.

눈물이 뺨을 타고 내려오자 노을은 소매로 급하게 닦았다. 울고 싶어서 말한 것이 아니었다. 토리가 수건을 꺼내 내밀었지만 노을은 바로 받지 못했다. 화가 난 얼굴을 숨기고 싶기도 했고, 숨기면 아무 일 없는 얼굴로 돌아가야 할 것 같기도 했다.

몽실은 문턱 가까이에서 조용히 기다렸다. 초롱도 장식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하늘하늘은 꽃비의 어깨에서 날개를 접었다. 노을은 모두가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는 것 같아 고개를 들었다. “지금 용서한다고 말해야 오늘 여기서 나갈 수 있는 건 아니지?” 꽃비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

“밖으로 나가 쉬어도 되고, 오늘 이야기를 여기서 멈춰도 돼. 네가 괜찮다고 해야만 다음 일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야.” 꽃비의 말에 노을은 토리가 내민 수건을 받았다. 얼굴을 가리지는 않고 눈 밑만 눌렀다. 반짝이는 그 모습을 보고도 가까이 오지 않았다.

토리는 반짝이에게 자기도 화가 난다고 말했다. “너를 집에 데려다주기 싫어진 건 아니야. 하지만 이제 네가 아무 말 없으면 정말 모르는 건지, 무서워서 못 하는 건지 나는 먼저 생각하게 될 것 같아. 그게 전이랑 달라.” 반짝이는 미안하다는 말을 또 하려다가 토리의 말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노을은 별의 접힌 끝을 보았다. 처음 바닷가에서 그 끝이 아프다고 했을 때에는 어떻게 도울지만 생각했다. 지금도 아픈 것을 보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하지만 그 마음 때문에 자신이 화난 이유까지 접어 두고 싶지는 않았다. 두 마음이 서로를 밀어내지 않고 가슴 안에 남아 있었다.

반짝이는 작게 숨을 골랐다. “너희가 지금 내 가까이에 안 와도 내가 없어졌다고 생각하지는 않을게. 그리고 내가 본 건 적어서 보낼게. 괜찮다고 말해 줄 때까지 기다렸다가 보내는 건 아니고, 오늘.” 노을은 그 약속에 곧장 고맙다고 답하지 않았다. 다만 공책을 꽃비 쪽으로 밀어 주었다.

꽃비는 문밖에서 들어오는 바람이 너무 세지 않은지 확인했다. 이어 기록할 자리를 마른 벽 쪽으로 옮겼다. 누구의 마음도 정리되지 않았지만 지금 전해야 할 소식은 있었다. 노을은 벽에 기대 앉았고 토리는 새 종이를 꺼냈다. 반짝이는 펜이 놓인 자리를 보고 천천히 앞으로 움직였다.

붉은 창 아래에서 기록할 자리를 마련한 꽃비와 친구들
붉은 창 아래에서 기록할 자리를 마련한 꽃비와 친구들

꽃비는 공책을 펼쳤다. 반짝이가 본 것, 들은 것, 짐작한 것을 서로 다른 줄에 적었다.

붉은 경고창을 보았다.

귀환문을 잠가 둔다는 판을 보았다.

누가 왜 잠갔는지는 모른다.

경고를 바로 알리지 않았다.

“네가 말하지 않은 일은 네가 책임지고 바로잡아야 해.” 꽃비가 반짝이에게 말했다. “하지만 별등 전체가 깨진 이유를 네 잘못 하나로 정할 수는 없어. 누가 문을 닫았는지, 다른 경고는 없었는지 어른들이 확인해야 해.”

반짝이는 자기 손으로 마지막 줄을 덧붙였다.

‘새별에게 이 기록을 보내겠습니다.’

반짝이는 마지막 글자에 작은 점을 찍고 펜을 내려놓았다. 노을 쪽을 돌아보고 싶었지만 공책부터 꽃비에게 건넸다. 사과를 받아 줄지 확인하는 일보다, 이미 알고 있던 소식을 보내는 일이 먼저였다.

토리가 종이를 받아 읽다가 한 줄을 짚었다. “여기는 네가 점검 순서를 틀렸다는 이야기인데, 그게 유리가 깨진 이유라고 붙여 쓰면 안 되지? 아직 모른다고 했잖아.”

“하지만 그것도 쓰고 싶어.” 반짝이가 말했다. “그 말을 빼면 내가 왜 기다렸는지 또 숨기는 것 같아.” 꽃비는 두 문장 사이에 줄을 바꾸었다. 실수했던 일과 그 뒤에 겁이 났던 일을 나누어 적을 수 있었다.

노을은 공책을 바로 받아 들지 않았다. “지금 다 읽으면 또 따지고 싶을 것 같아. 토리가 한 번 보고, 나중에 나도 읽을게.” 토리는 대답 대신 종이를 자기 앞으로 조금 당겼다.

꽃비는 봉투에 보낼 곳을 적었다. “이야기를 한 번에 끝내지 않아도 돼. 하지만 오늘 보내야 할 내용은 빠뜨리지 않도록 내가 함께 확인할게.”

반짝이는 붉은 창에서 본 표시를 종이 한쪽에 그렸다. 그림이 흔들려 선을 다시 그을 때 토리는 종이가 밀리지 않도록 모서리를 눌러 주었다. 반짝이는 고맙다는 말을 작게 했고, 노을은 그 소리를 들으며 잠시 문밖을 바라보았다.

그날은 문을 열지 않았다. 꽃비는 관찰한 내용을 봉투에 넣었고, 로코의 다음 우편에 실어 왕실 연락소로 보내기로 했다. 초롱도 더 길을 안내하겠다고 나서지 않았다. 처음 표시한 길을 따라 모두를 정원으로 데려다주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발소리가 잘 들렸다. 올 때는 초롱의 말과 나뭇잎 소리 사이에 묻혔던 걸음이었다. 노을은 앞에 있는 꽃비의 치맛자락만 보며 걸었다. 뒤에 반짝이가 있는지 알고 싶었지만 돌아볼 때마다 별이 자신을 보고 있을까 봐 망설여졌다.

토리가 물을 마시자고 말했다. 노을은 목이 마르지 않다고 했다가 한 모금 마셨다. 입 안이 생각보다 말라 있었다. 몽실도 낮은 돌에 앉았고 반짝이는 조금 떨어진 가지 옆에 머물렀다. 아무도 여행이 즐겁지 않다고 말하지 않았지만, 즐거운 말을 찾아 억지로 꺼내는 사람도 없었다.

즐거운 말을 억지로 꺼내지 않는 쉼
즐거운 말을 억지로 꺼내지 않는 쉼

“나 아까 너무 세게 말했나?” 노을이 토리에게 작게 물었다. 토리는 자신도 무엇이 적당한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네가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지 말라고 한 건 이해했어. 나도 듣고 싶었던 말이고.” 노을은 토리가 전부 괜찮았다고 말해 주지 않아 오히려 조금 마음이 놓였다.

길이 좁아지는 곳에서 꽃비가 멈췄다. 반짝이의 천이 낮은 가지에 걸리지 않도록 지나갈 순서를 바꾸었다. 예전 같으면 노을이 먼저 어깨를 내밀었을 자리였다. 지금은 꽃비의 손 가까이에서 반짝이가 스스로 천을 접었다. 노을은 도움을 주는 사람이 자신 하나가 아니어도 된다는 사실을 그때 알아차렸다.

초롱은 갈림길을 가리키고 기다렸다. 몽실이 맞는 길이라고 확인해 주었다. 노을은 오늘 아침 초롱 때문에 느낀 답답함을 떠올렸다. 거짓말을 듣고 화난 친구에게 빨리 웃어 달라고 하지 않는 것이 어떤 뜻인지 이제는 자기 몸으로 알게 된 것 같았다.

정원 지붕이 보였을 때 반짝이가 노을을 불렀다. 노을은 멈추고 돌아보았다. “내 천, 네 가방에 넣어 달라고 해도 돼? 바람 때문에 자꾸 풀려.” 반짝이는 중요한 이야기를 더 꺼내려는 것이 아니었다. 노을은 잠깐 망설이다 앞주머니를 열어 주었다. 별은 천을 접어 넣고 다시 조금 떨어졌다.

노을은 그 작은 부탁 하나를 들어줬다고 모든 것이 예전으로 돌아간 것은 아니라는 걸 알았다. 반짝이도 그렇게 받아들인 듯했다. 둘은 함께 정원 문을 지났지만 나란히 웃지는 않았다. 꽃비가 저녁을 준비하겠다고 말했을 때 노을은 오늘도 밥 먹을 시간이 온다는 사실이 낯설게 느껴졌다.

방에 들어간 노을은 가방에서 반짝이의 천을 꺼내 창가에 두었다. 토리가 무슨 말을 하려다 그만두었다. 노을도 굳이 설명하지 않았다. 반짝이가 나중에 찾을 수 있는 곳에 놓아두는 것과 다시 마음을 기대는 것은 지금 서로 다른 일이었다. 바깥에서 꽃비가 식탁으로 오라고 조용히 불렀다.

저녁 식탁에서 반짝이는 노을 옆자리에 앉으려다 한 칸 떨어졌다. 노을은 그 모습을 보고 속이 아팠지만, 바로 옆에 오라고 말할 준비는 되지 않았다.

대신 빛이 덜 흔들리는 창가에 작은 방석을 놓았다.

“여기가 덜 추워.”

“고마워.”

둘의 대화는 거기까지였다.

화해를 서두르지 않고 창가에 자리를 마련해 준 노을
화해를 서두르지 않고 창가에 자리를 마련해 준 노을

밤이 깊어도 노을은 잠들지 못했다. 집에서 온 편지를 다시 폈다. 힘든 이야기도 듣고 싶다는 엄마의 문장이 보였다.

노을은 답장에 처음으로 ‘오늘은 집에 가고 싶었어’라고 썼다.

집에 가고 싶었던 밤의 편지
집에 가고 싶었던 밤의 편지

그 문장 다음을 오래 비워 두었다가, 한 줄을 더 적었다.

‘아침이 되면 내가 정말 뭘 하고 싶은지 다시 생각해 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