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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질주 — 여섯 섬의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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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실이 뛰고 싶은 곳

토끼 몽실이 아침 식탁에 직접 그린 지도를 펼친다. 다시 뛰고 싶은 몽실과 또 다칠까 두려운 꽃비는, 그루터기에서 연못까지의 짧은 길을 두고 처음으로 각자의 마음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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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실은 아침 식탁에 작은 종이 한 장을 가져왔다. 그루터기와 연못, 꽃비의 집이 그려진 종이였다. 토리가 연필을 빌려 주었지만 그림은 몽실이 직접 그렸다.

“이 길부터 다시 다니고 싶어. 네 번째 문까지 한 번에 가겠다는 건 아니야.”

꽃비는 종이를 보며 손에 쥔 빵을 내려놓았다.

“몽실아, 나는 네가 또 넘어질까 봐—”

“나도 넘어지고 싶지 않아. 그래서 어디까지 연습할지 같이 정하자고 가져온 거야.”

몽실은 긴 귀 한쪽을 뒤로 넘겼다. 접힌 다른 귀는 그대로 두었다.

“다치기 전에는 네가 나보다 먼저 가서 기다리는 게 좋았어. 그런데 요즘은 내가 출발도 안 했는데 안 된다고 하잖아. 그러면 내 발이 아직도 고장 난 것 같아.”

꽃비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노을은 약속대로 옆에 앉아 있었다. 말을 대신할까 봐 입을 여러 번 다물었다. 토리도 지도 모서리만 만졌다.

꽃비가 천천히 말했다.

“네가 다친 날, 나는 온실에 있었어. 네가 부르는 소리를 바로 못 들었지. 그게 자꾸 생각나.”

“그건 네가 일부러 안 들은 게 아니잖아.”

“알아. 그런데 네가 멀리 가면 또 못 들을까 봐 겁이 나.”

몽실이 종이 위에 앞발을 놓았다.

“그럼 오늘은 들리는 데서 하자. 네가 걱정하는 곳도 표시해 줘.”

꽃비는 연필을 받았다. 연못 가장자리에는 동그라미를 쳤고, 그루터기 뒤의 젖은 이끼에는 빗금을 그었다. 몽실은 마른 길에 화살표 세 개를 그렸다.

몽실은 세 번째 화살표 끝에서 연필을 멈췄다. 꽃비가 내려다보는 동안 종이를 조금 돌려 자기 앞에 바로 놓았다. 누구의 허락을 받기 위한 그림인지보다, 자기 발이 실제로 어디를 지나갈지 살피고 싶었다.

“오늘 저기까지 못 가면 내일은 다시 못 가는 거야? 중간에 그만두겠다고 하면 역시 안 될 줄 알았다고 할까 봐, 끝까지 가겠다고 말하게 될 것 같아.”

꽃비는 빗금을 친 연못을 보다가 몽실을 바라보았다. “오늘 멈춘 자리가 내일의 금지선이 되지는 않게 할게. 대신 왜 멈췄는지는 같이 이야기하자. 아픈 건지, 피곤한 건지, 그냥 오늘은 하기 싫은 건지.”

“하기 싫은 것도 말해도 돼?” 몽실이 물었다. 꽃비가 고개를 끄덕이자 토리가 저도 아침에 침구 정리를 하기 싫었다고 말했다. 꽃비는 그건 이 연습과 따로 의논하자고 했다. 몽실은 처음으로 종이 위에 얼굴을 묻고 웃었다.

몽실이 직접 그린 연습 계획
몽실이 직접 그린 연습 계획

노을은 몽실의 그림 아래에 물컵을 옮겨 놓았다. 꽃비가 낮은 턱 옆의 화분을 치우러 일어나자 몽실도 따라 내려왔다. 모두가 자신을 보는 것이 부담스러운지, 토리의 연필을 한 번 쳐다보았다.

토리는 정원 그림 옆에 새 종이를 놓았다. 그루터기의 높이와 몽실이 뛰어넘을 턱을 그리면 오늘 일이 더 잘 기억날 것 같았다. 연필 끝을 한 번 고르고, 몽실을 따라 정원으로 나갔다.

아침 햇빛이 풀잎 끝의 물방울에 걸려 있었다. 꽃비는 마른 길부터 살피고, 몽실은 그루터기 가까이에서 발을 멈췄다. 밤에 창문으로 보던 것보다 그루터기가 크게 느껴졌다. 노을은 몽실이 먼저 무엇을 할지 정할 수 있도록 한 걸음 뒤에 섰다.

“여기 있던 꽃이 없어졌네.” 몽실이 말했다. 꽃비는 자리를 비워 주려고 화분을 옮겼다고 설명했다. 몽실은 꽃비를 보았다. “내가 다친 뒤에는 길을 막는 것만 바뀌었잖아. 오늘은 길을 만들어 놓았구나.” 꽃비는 대답 대신 옮긴 화분이 흔들리지 않게 바닥을 눌렀다.

토리는 연습할 곳의 이름을 무엇으로 적을지 고민했다. 몽실은 연습장이라고 크게 쓰지 말라고 했다. 원래는 햇볕을 쬐고 풀을 뜯던 곳이기도 했다. 토리는 제목 대신 그루터기 그림만 그렸다. 노을은 모든 장소가 한 가지 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집순이의 마당 이야기를 떠올렸다.

반짝이는 몽실의 뒤를 비추다가 자기 빛이 땅에 작은 점을 만드는 것을 보았다. 몽실은 그 점이 움직이면 자꾸 눈이 따라간다고 말했다. 반짝이는 노을 어깨로 자리를 옮겼다. “응원은 여기서 할게. 네가 나를 보려고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들리게.” 몽실은 고맙다고 작게 답했다.

몽실의 시선을 방해하지 않는 응원 자리
몽실의 시선을 방해하지 않는 응원 자리

노을은 몽실에게 아침부터 떨렸느냐고 물었다. 몽실은 종이를 가져올 때는 말만 잘하면 될 줄 알았다고 했다. 막상 밖에 나오니 발보다 마음이 먼저 달아나는 기분이었다. “너도 아치길 건널 때 그랬어?” 노을은 앞에 갈 길이 있는데 자꾸 뒤를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꽃비는 두 친구의 말을 듣고도 곧바로 끼어들지 않았다. 대신 한쪽에 놓인 물그릇을 그늘로 옮겼다. 몽실은 꽃비가 자기 발만 보고 있지 않아 조금 편해 보였다. 토리는 새 종이를 펴다가 바람에 들리는 모서리를 돌로 눌렀다. 누구도 출발하라고 숫자를 세지 않았다.

몽실은 그루터기의 오래된 선을 한번 보고 낮은 턱으로 돌아섰다. 오늘은 먼 곳에서 시작하지 않기로 자신이 정한 일이었다. 꽃비는 미끄러운 잎을 치우러 몸을 낮췄고, 노을은 정원을 지나가는 사람에게 잠깐 옆길을 써 달라고 설명할 준비를 했다.

첫 연습은 그루터기 옆의 낮은 턱을 넘는 것이었다. 꽃비는 미끄러운 잎을 치웠고, 노을은 사람들이 지나가지 않게 기다렸다. 토리는 기록을 하겠다고 나섰다가 몽실에게 조용히 보고만 있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몽실은 처음에 뛰지 못했다.

뒷발을 두 번 모으고, 앞발을 다시 내려놓았다. 꽃비의 손이 저절로 앞으로 나왔다가 멈췄다.

“오늘은 걸어서 넘어가도 돼.” 꽃비가 말했다. “나한테 보여 주려고 꼭 뛰지는 않아도 돼.”

몽실은 꽃비를 한 번 보았다. 그러고는 턱 위에 올라갔다 내려왔다. 두 번째에는 조금 뛰었다. 세 번째에는 네 발이 모두 바닥에서 떨어졌다.

몽실이 스스로 정한 첫 번째 도약
몽실이 스스로 정한 첫 번째 도약

별것 아닌 거리였다. 하지만 몽실은 착지한 뒤 한참 그대로 서 있었다.

“아프지 않아.”

그 말은 거의 혼잣말이었다.

반짝이가 낮은 박수 소리를 냈다. 토리는 이번에는 허락을 물은 뒤 지도에 작은 발자국을 찍었다.

몽실은 그루터기 쪽으로 몇 걸음 더 갔다. 나무껍질 한쪽에 남은 가는 줄은 기억보다 낮았다. 비를 맞고 흐려져 토리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몽실은 앞발을 대지 않고 정확한 자리를 가리켰다.

“여기야. 봄에는 이 위에 노란 꽃이 있었는데 이제 졌네.”

노을은 허리를 숙여 줄을 보았다. 처음에는 멋진 기록을 본 것처럼 말해야 하나 고민했지만, 몽실의 얼굴에는 다른 것을 기다리는 표정이 있었다. 노을은 그냥 잘 보인다고 대답했다. 몽실은 다시 턱 쪽을 돌아보고 웃었다.

“오늘은 저기까지만 뛸래. 지금 한 번 더 하면 지난번만큼 될 것 같기는 한데, 오늘 한 것도 기억해 두고 싶어.”

꽃비는 그 말을 듣자 숨을 길게 내쉬었다. 아침부터 자신도 어깨에 힘을 주고 있었다는 것을 그제야 알았다. 몽실이 손을 잡아 달라고 하자 꽃비는 바로 안아 올리지 않고 앞발을 내밀었다. 둘은 걸어서 평상으로 돌아왔다.

토리는 오늘 발자국 옆에 지난봄의 줄을 베끼려다가 몽실에게 물었다. 몽실은 두 그림을 떨어뜨려 달라고 했다. 어느 쪽이 더 멀리 갔는지 한눈에 비교하지 않고, 서로 다른 날의 그림으로 보고 싶었다. 토리는 새 종이를 꺼냈다.

평상에 돌아오자 몽실은 물을 마시고 두 앞발을 나란히 놓았다. 노을은 기쁘다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몽실이 자기 몸을 살피는 시간을 기다렸다. 토리는 그림 두 장을 조금 떨어뜨려 놓았다. 한 장에는 봄의 그루터기, 다른 장에는 오늘의 낮은 턱이 있었다.

“지난봄에는 왜 그 줄을 그었어? 누가 시합을 하자고 했어?” 노을이 물었다. 몽실은 고개를 저었다. “꽃잎이 날아가는 곳까지 가 보고 싶었어. 친구들이 위에서 떨어뜨려 주면 나는 아래에서 따라갔지. 누가 일등인지는 없었어.” 꽃비가 그때 쓰던 꽃잎은 가벼워 같은 곳에 떨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토리는 그렇다면 줄이 여러 개였느냐고 물었다. 몽실은 비가 와서 대부분 지워지고 하나가 남았다고 했다. 그 하나만 보니 가장 멀리 뛴 날처럼 느껴졌지만 사실은 여러 번 놀았던 날 중 하나였다. 노을은 기록이라고 생각하면 딱 한 순간만 남기게 되는 것이 이상했다.

“다음에는 꽃잎을 다시 떨어뜨려도 되겠네.” 토리가 말했다가 몽실을 보았다. 몽실은 언젠가는 그러고 싶지만 오늘은 바람만 보고 싶다고 했다. 토리는 종이 조각을 날려 볼 생각을 접고 손을 무릎에 놓았다. 평상 앞의 꽃잎 하나가 두 바퀴 돌다 낮은 풀 위에 앉았다.

꽃비는 몽실이 넘어졌던 날 이후 정원의 팻말이 계속 늘었다고 말했다. 하나를 세우면 잠깐 마음이 놓였지만 다음 날에는 다른 곳이 걱정되었다. “네가 보던 꽃잎보다 내가 세운 판이 더 많아졌겠구나.” 몽실은 그렇다고 하면서도 연못 옆의 표지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모두 없애 달라는 뜻은 아니었다.

노을은 들어오면서 길을 몰라 평상에만 앉아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꽃비는 손님들에게도 같은 마음이었겠다고 말했다. 토리는 정원에서 쓸 수 있는 길을 따로 그려 두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몽실은 자기가 자주 앉는 풀밭도 표시하겠다고 했다. 한 번 뛰는 이야기에서 정원을 어떻게 함께 쓸지 이야기로 조금씩 옮겨 갔다.

점심을 준비하러 일어날 때 몽실은 스스로 의자에서 내려왔다. 꽃비는 먼저 손을 뻗지 않고 필요한 그릇이 있는지 물었다. 몽실은 작은 접시를 맡겠다고 했다. 노을은 어제 저녁과 같은 행동이 오늘은 조금 다른 표정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았다.

점심 뒤에는 정원 바깥까지 함께 걸었다. 몽실은 모든 장애물을 뛰어넘지 않았다. 미끄러운 곳은 돌아갔고, 높은 돌에는 노을이 낮은 디딤돌을 놓아 주었다. 도움받을 곳을 고르는 것도 몽실의 몫이었다.

숲 입구에서 꽃비는 잎 사이에 난 가느다란 틈을 발견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없던 갈라짐이었다. 몽실은 낮은 자세로 그 아래를 들여다보았다.

“물이 저쪽으로 새고 있어. 원래 작은 개울로 가야 하는데.”

노을이 몸을 숙이자 뿌리 아래에서 물이 거꾸로 돌아나오는 것이 보였다. 물 위에는 반짝이는 가루 같은 빛이 떠 있었다.

뿌리 아래에서 거꾸로 흐르는 물
뿌리 아래에서 거꾸로 흐르는 물

꽃비의 표정이 바뀌었다.

“정원이 너무 젖는 이유가 이거였구나. 물을 더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빠져나가는 길이 막힌 거였어.”

몽실은 숲 안쪽을 보았다.

“여기서부터는 나도 잘 몰라. 전에는 이렇게 젖지 않았어.”

노을은 그 대답이 반가웠다. 잘 모르는 곳을 안다고 하지 않아도 여행이 계속될 수 있기를 바랐다.

꽃비는 정원으로 돌아가 새 장갑과 긴 막대를 가져왔다.

“오늘은 여기까지 확인하고, 내일 길을 아는 친구와 함께 오자. 몽실도 같이 와 줬으면 좋겠어.”

몽실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고 뒷발을 한 번 폈다.

“갈게. 하지만 돌아올 때 피곤하면 나무 수레를 타고 싶어.”

꽃비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돌아오는 길에는 몽실이 앞장서지 않았다. 노을이 가방을 들고 천천히 걸었고, 토리는 뒤에서 물이 샌 자리를 다시 확인했다. 꽃비는 발견한 틈을 다른 정원 일꾼에게 알려 줄 말을 정리했다. 몽실은 자신의 발이 피곤해졌다는 것을 꽃비에게 먼저 말했다.

“지금 수레를 가져오면 좋겠어. 걸을 수는 있는데, 아까보다 바닥을 자꾸 오래 보게 돼.” 꽃비는 가까운 쉼터에 앉아 기다리게 하고 정원 일꾼과 수레를 가져왔다. 몽실은 그 말 뒤에 미안하다는 말을 붙이지 않았다. 노을도 왜 조금만 더 걷지 않느냐고 묻지 않았다.

나무 수레에는 꽃바구니를 나를 때 쓰는 낮은 받침이 있었다. 꽃비가 마른 천을 깔자 몽실은 스스로 올라앉았다. 토리가 말없이 옆에서 가방을 들고 걸었다. 바퀴가 작은 돌을 만날 때마다 흔들려 몽실은 잡을 수 있는 쪽을 골랐다. 빠르게 가는 것보다 덜 흔들리는 길이 좋았다.

덜 흔들리는 길로 돌아가는 몽실
덜 흔들리는 길로 돌아가는 몽실

정원에 도착한 뒤 꽃비는 물을 더 막기 위해 세워 놓았던 작은 판들을 점검했다. 아무 판이나 빼지는 않았다. 어디에서 물이 들어와 어디로 빠지는지 일꾼들과 먼저 살폈다. 노을은 화단 하나를 지키는 일에도 정원 바깥의 물길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눈으로 보았다.

토리는 몽실과 낮은 탁자에 앉아 다음 날 가져갈 물건을 그렸다. 몽실은 연필로 수레 그림에 바퀴를 하나 더 붙였다. 토리가 실제 수레에는 두 개뿐이라고 하자, 몽실은 그건 세 번째 바퀴가 아니라 햇빛을 가리는 둥근 모자라고 했다. 두 친구가 웃자 반짝이도 그림 위로 내려왔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멀리 가니까 꼭 더 잘해야 하는 건 아니지?” 몽실이 꽃비에게 물었다. 꽃비는 오늘 확인한 길과 내일 숲길은 다르다고 답했다. “모르는 곳이 나오면 우리도 같이 멈춰야 해. 네가 안내할 수 있는 부분과 다른 친구가 아는 부분을 나눠 보자.” 몽실은 그 대답을 듣고 숲 입구에 작은 물음표를 그렸다.

해가 기울자 노을은 그루터기 옆을 한 번 더 지나갔다. 아침에 치운 화분은 다른 햇볕 드는 자리에 놓여 있었다. 꽃은 여전히 정원에 있었고 작은 친구가 지날 길도 생겼다. 노을은 두 가지를 함께 남길 수 있는 자리를 찾는 일이 오늘 가장 오래 걸린 일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날 저녁 정원 입구의 팻말 하나가 바뀌었다.

‘혼자 들어가지 마세요. 먼저 같이 길을 확인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