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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질주 — 여섯 섬의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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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온의 커다란 주문

유리와 빛을 다루는 마법사 루온이 등대에 도착하고, 불씨는 그동안 해낸 일을 자랑한다. 금이 간 유리 관 앞에서 펼쳐진 커다란 주문은 예상과 달리 안개 속 풍경을 더욱 흐리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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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온은 해가 가장 높을 때 등대에 도착했다.

보랏빛 모자의 별 장식이 먼저 문틀에 걸렸고, 그 뒤에 긴 겉옷이 손잡이에 걸렸다. 루온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두 가지를 차례로 빼냈다.

“바람이 내 등장을 붙잡는군.”

갈매기 할머니가 찻잔을 내밀었다.

“문이 네 옷을 붙잡은 게지. 우선 앉아.”

문틀에 모자가 걸린 루온
문틀에 모자가 걸린 루온

루온은 등대섬 남쪽에서 유리와 빛을 다루는 마법을 가르쳤다. 폭풍 뒤 무너진 작업실 지붕을 고치느라 늦게 합류했다. 불씨는 그를 보자 꼬리를 빠르게 흔들다가 의자 다리를 두 번 쳤다.

“선생님, 저 고정쇠 녹이지 않고 풀었어요!”

“그건 아주 좋은 소식이구나. 무엇을 멈춰야 하는지 알아낸 거니까.”

불씨는 소개장을 내밀고 나서야 인사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루온은 봉투를 받아 자기 이름부터 또박또박 말했다. 불씨가 저도 선생님 이름은 안다고 하자, 루온은 옆의 친구들은 모를 수 있지 않느냐며 노을과 토리에게도 고개를 숙였다.

“새별하고 같은 보라색이라서 두 분이 같은 일을 하는 줄 알았어요.” 노을이 말했다. 루온은 긴 소매를 펴 보았다. “새별은 길을 살피고, 나는 유리와 빛을 다루지. 이 옷은 내 손에 묻은 재가 잘 안 보여서 좋아.” 새별은 자기 망토도 비슷한 이유로 고른 날이 있다고 답했다.

토리는 모자의 별 장식이 진짜 별인지 궁금했다. 반짝이가 옆으로 날아가 보더니 말이 없으니 장식 같다고 했다. 루온은 장식도 말을 할 줄 모르는 친구일 수 있으니 자신에게 물어보라고 웃었다. 곧 천과 금속으로 만든 장식이라고 설명하고, 불씨가 만질 수 있게 모자를 낮췄다.

루온의 모자에 달린 별은 무엇일까
루온의 모자에 달린 별은 무엇일까

“작업실 지붕은 다 고쳤어요? 제가 가도 잘 곳이 있어요?” 불씨가 봉투보다 중요한 질문을 꺼냈다. 루온은 물이 새던 방은 말리는 중이고 당분간 안쪽 방을 쓰게 될 거라고 했다. “네가 오기 전에 모든 걸 완벽하게 해 두려고 했는데, 지붕은 내가 말한다고 빨리 마르지 않더구나.”

불씨는 자기가 고칠 수 있는 것이 있으면 돕겠다고 했다. 루온은 먼저 물건을 어디에 두는지 배우고 쉬는 시간도 알아야 한다고 답했다. “선생님은 제가 큰 불을 낼 때까지 기다리시는 줄 알았어요.” 불씨의 말에 루온은 소개장을 펼쳤다. “나는 네가 무엇을 배우고 싶은지 듣고 싶어서 기다렸지.”

불씨는 유리를 깨뜨리지 않고 붙이는 일을 골랐다. 힘껏 내뿜는 것보다 눈앞의 작은 틈이 채워지는 모습이 좋았다고 했다. 루온은 그 말을 공책에 적어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제자의 첫 수업을 정하는 데 필요한 이야기였다. 불씨는 자기 공책도 꺼내 나란히 놓았다.

노을은 두 공책의 글씨를 보았다. 루온의 글씨는 길게 기울었고 불씨의 글씨는 아직 크기가 들쭉날쭉했다. 내용은 같은 하루를 향하고 있었다. 새별이 북쪽 문의 상태를 설명하러 다가오자 루온은 소개장을 접어 안주머니에 넣고, 불씨에게 가서 함께 살펴보자고 말했다.

루온은 불씨의 기록을 먼저 읽고 나서 북쪽 문으로 내려갔다. 일행은 금이 간 유리 관과 어두운 안개를 보여 주었다.

루온은 손가락으로 커다란 원을 그렸다.

“이 정도라면 넓게 빛을 펼쳐 한꺼번에 살펴보면—”

“밝게 비추면 더 안 보여요.” 해루가 말했다.

루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가 떠올린 빛은 평범한 등불과 다르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노란 마법 원이 방 천장에 펼쳐졌다.

갈라진 유리에서 수십 개의 반사가 튀었다. 안개가 하얗게 번지며 문과 벽의 경계를 지웠다.

루온은 곧바로 손을 거두었다. 마법 원이 꺼졌다.

잠시 누구도 말하지 않았다.

해루의 우비 주머니에서 나사 하나가 달그락거렸다.

루온은 해루를 돌아보았다.

“네가 먼저 말해 줬는데, 내가 내 방법만 달라서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구나. 미안하다. 어떻게 보았는지 다시 들려줄래?”

해루는 몽글과 계단을 내려간 일을 설명했다. 루온은 이번에는 중간에 끼어들지 않았다. 듣는 동안 모자를 벗어 계단에 놓았다. 별 장식이 작은 소리를 냈다.

해루는 설명을 마친 뒤에도 우비 주머니에서 손을 빼지 않았다. 루온이 알아들었다고 말하자 이번에는 해루가 질문했다. “다음에 제가 멈추라고 해도 바로 멈춰 주실 거예요? 선생님 마법을 제가 잘 몰라서, 아까는 더 크게 말하지 못했어요.”

루온은 꺼진 마법 원이 있던 천장을 보았다. “그렇게 하자. 내가 못 들으면 이름을 불러 줘. 네가 마법을 설명할 수 있어야만 말할 자격이 생기는 건 아니니까.”

불씨가 계단 아래쪽을 내려다보았다. 늘 큰 모자만 보며 올려다보던 선생님이 모자를 벗으니 조금 낯설었다. 불씨는 자신이 연습하다 멈췄던 일을 꺼내도 되는지 잠깐 망설였다.

“저도 고정쇠를 데울 때 선장님 목소리를 듣고 세게 했어요. 선생님은 그런 실수 안 하실 줄 알았는데.”

“나는 내가 잘하는 방법을 너무 빨리 꺼냈구나. 네가 무슨 말을 듣고 힘을 줬는지 적었듯이, 나도 오늘 일을 적어야겠어.” 루온은 해루에게 바닥을 비추던 등의 위치를 다시 보여 달라고 부탁했다.

해루가 등을 내려놓자 빛은 낮은 벽에 둥글게 걸렸다. 루온은 그 원 안으로 작업할 손을 가져갔다. 커다란 주문을 외우기 전보다 방은 어두웠지만, 이번에는 모두가 같은 유리 관을 분명히 볼 수 있었다.

모자를 벗고 해루의 설명을 듣다
모자를 벗고 해루의 설명을 듣다

금이 간 관은 빛이 돌아오는 쪽에 있었다. 아래에는 빠진 유리 조각이 서너 개 놓여 있었다. 그중 둘은 관의 조각이었지만, 하나는 반짝이가 알아본 별등의 유리였다.

둥글이 두 종류를 따로 놓았다.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이 틈까지 밀려왔군. 전부 같은 깨진 유리라고 보았으면 잘못 끼울 뻔했어.”

노을은 별등 조각을 깡통에 넣었다. 세 곳에서 주운 조각들이 안에서 낮게 울렸다.

루온은 깨진 유리 조각을 넓은 천 위에 펼쳐 놓았다. 잘린 끝은 서로 닮았지만 두께가 조금씩 달랐다. 노을과 토리는 선 밖에서 모양을 보았다. 토리는 종이 조각 맞추기처럼 빈틈에 들어가는 것을 찾으면 될 줄 알았는데, 맞아 보여도 방향이 다른 조각이 있었다.

“여기 돌려 넣으면 되는 거 아니에요?” 토리가 손을 대지 않고 가리켰다. 루온이 도구로 조각을 조금 돌려 보였다. 옆에서 보니 가장자리가 앞으로 튀어나왔다. “위에서 보면 맞아도 옆에서는 이렇게 달라. 그래서 한 방향에서만 고개를 끄덕이면 안 되지.” 토리는 자기 자리에서 볼 수 없는 면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해루는 어느 쪽이 바깥에서 들어오는 관인지 표시했다. 불씨는 수리공에게 배운 순서대로 쓸 도구를 하나씩 확인했다. 노을이 도구 이름을 기억하느냐고 묻자 불씨는 절반쯤은 알지만 루온의 도구는 모양이 다르다고 했다. 루온은 모르는 것은 지금 이름표를 붙이면 된다며 빈 종이를 내주었다.

“이 작은 고리는 뭘 해요?” 불씨가 물었다. 루온은 손끝 위에 희미한 마법 고리를 만들었다. 고리는 작은 나무 조각을 잠깐 떠받쳤다가 작업대에 내려놓았다. “무거운 것을 끝없이 들 수 있는 건 아니야. 가벼운 조각이 움직이지 않게 잠깐 받치는 데 쓰지. 받침을 놓을 자리가 없는 곳에서 도움이 돼.”

토리는 아까 천장을 덮었던 빛과 지금 손톱만 한 고리가 같은 선생님에게서 나오는 것을 보았다. “작아지면 주문도 짧아져요?” 루온이 웃었다. “짧은 말로 하는 것도 있지만, 말이 짧다고 생각할 것까지 적어지는 건 아니란다.” 불씨는 그 대답을 듣고 자기 불꽃을 내려다보듯 입가를 만졌다.

새별은 바람이 들어오는 틈을 가릴 판을 세웠다. 해루는 불씨가 서 있을 바닥의 물기를 닦았다. 루온은 그 준비가 끝날 때까지 마법을 쓰지 않았다. 불씨는 자신이 불을 잘 내는 것 말고도 일을 도와주는 것들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이 든든했다. 작업대와 발밑과 바람이 모두 같은 편이 되어 주는 것 같았다.

노을은 얇은 집게의 이름을 종이에 적었다. 토리가 글씨를 조금 크게 하라고 해서 한 줄을 더 썼다. 두 친구는 안쪽에서 불러 줄 때 어느 물건을 꺼낼지 미리 맞춰 보았다. 루온이 첫 조각을 들어 올리자 방 안의 목소리가 저절로 낮아졌다. 불씨도 발을 고쳐 디디고 작업대 가까이 섰다.

유리 관을 고치는 일은 조용하게 진행됐다. 루온이 손톱만 한 마법 고리로 조각들을 제자리에 띄웠다. 불씨는 수리용 접합재를 아주 조금씩 데웠다. 더 뜨겁게 해도 안 되고, 너무 빨리 움직여도 안 됐다.

“선생님, 손이 떨려요.”

“잠깐 내려놓자.”

“내려놓으면 식어요.”

“식으면 다시 데우면 돼. 네 손이 계속 떨리는 건 그냥 두면 안 되고.”

불씨는 물을 마시고 왔다. 이번에는 새별이 작은 받침대를 대 주었다. 팔꿈치를 받치자 불꽃이 훨씬 일정해졌다.

노을과 토리는 문밖에서 도구 이름을 받아 적고 필요한 것을 전달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느꼈던 노을도, 안쪽에서 “얇은 집게”라는 말이 나오면 세 종류의 집게 중 정확한 것을 골라 건넸다.

한 번은 안쪽에서 도구 이름의 끝만 들렸다. 토리가 길쭉한 집게를 들었지만 노을은 바로 받지 않았다. “방금 집게라고 했어요, 받침이라고 했어요?” 문 안에서 루온이 다시 말해 주었다. 필요한 것은 가는 받침이었다.

토리는 집게를 내려놓고 작은 받침을 골랐다. “계속 물어보면 일하는 데 방해될까 봐 그랬어.” “다른 걸 가져오면 그걸 설명하느라 더 오래 멈출 수도 있잖아.” 노을은 말하고 나서, 자기도 조금 전까지 같은 걱정을 했다는 생각에 덧붙였다. “나도 세 번쯤 속으로만 물어봤어.”

방 안에서 불씨가 웃다가 얼른 입을 다물었다. 루온이 쉬는 동안이라 괜찮다고 알려 주자, 불씨는 문 쪽을 향해 말했다. “나는 너희가 밖에 있는 게 좋아. 틀린 도구가 오면 다시 말하면 되는데, 아무도 없으면 내가 나가야 하거든.”

노을은 받침을 정해 둔 자리에 놓고 뒤로 물러났다. 불꽃이 나오기 전에 토리도 선 밖으로 나왔다. 둘은 쓸 도구와 이미 쓴 도구를 서로 다른 천에 놓았다.

토리가 지도에 쓰는 기호를 천 옆 종이에 그렸다. 동그라미는 준비된 것, 작은 점은 식기를 기다리는 것이었다. 노을은 토리가 만든 표식을 한 번 소리 내어 읽어 보고 나서 고개를 끄덕였다.

계단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조금씩 낮아졌다. 아이들이 놓아 주는 작은 도구 사이에서 금이 간 유리 관의 빈자리도 천천히 줄어들었다.

해가 기울 때 관의 마지막 틈이 메워졌다.

루온이 마법 고리를 풀었다. 조각들은 떨어지지 않았다. 불씨는 아주 조심스럽게 숨을 내쉬었다.

작은 주문과 작은 불꽃이 이은 유리 관
작은 주문과 작은 불꽃이 이은 유리 관

“이제 큰 박수 쳐도 돼?”

토리가 묻자 불씨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갈매기 할머니가 저녁으로 구운 감자를 내왔다. 루온은 반으로 가른 감자를 식히며 해루에게 물었다.

“문을 열 때도 네가 먼저 봐 줘. 이 방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가장 오래 지켜본 건 너니까.”

해루는 곧바로 괜찮다고 하지 않았다. 생각한 뒤 대답했다.

“제가 보고, 새별이 손잡이를 맡아 주세요. 이상하면 바로 닫게요.”

“좋아.”

감자 껍질을 벗기던 토리가 루온에게 마법으로 감자를 식힐 수도 있느냐고 물었다. 루온은 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가 창문을 가리켰다. “오늘은 저 바람이 내 제일 좋은 조수로군. 내가 주문을 외우는 동안에도 일하고 있으니까.” 할머니는 그 조수에게 월급 대신 창문을 열어 주겠다며 빗장을 풀었다.

노을은 반으로 가른 감자를 접시 가장자리로 옮겼다. 불씨는 한 입 먹고 나서 오늘 고친 유리 관이 밤에도 붙어 있을지 궁금하다고 했다. 해루가 밤 점검 때 볼 거라고 답했다. 불씨는 자신도 따라가고 싶었지만 루온은 다음 아침 확인할 일을 남겨 주겠다고 했다.

“오늘 한 일이 자는 동안 없어질까 봐 자꾸 다시 보고 싶어요.” 불씨가 말했다. 루온은 자기 첫 수업 때 만든 유리구슬 이야기를 꺼냈다. 밤새 책상 위에 있는지 확인하느라 세 번이나 일어났다는 것이다. “아침에는 구슬이 그대로 있었고, 졸린 제자만 하나 생겼지.” 불씨가 웃자 노을도 자기 앞주머니의 편지를 만졌다.

토리는 자신도 지도를 넣어 두고 계속 열어 본다고 했다. 노을은 그것까지는 모두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루온은 소중한 물건을 지킬 방법을 마련한 뒤에는 자기 몸도 그만큼 아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불씨는 공책을 물컵에서 멀리 옮기고 이번에는 바로 덮었다.

뜨거운 감자를 식혀 주는 창가의 바람
뜨거운 감자를 식혀 주는 창가의 바람

해루가 루온의 모자 장식을 다시 달아 주려 하자 루온은 짧게 묶어도 된다고 했다. 문틀에 덜 걸리도록 길이를 바꾸는 것이었다. 토리는 선생님의 모자가 덜 멋있어질까 봐 걱정된다고 했다. 루온은 문을 통과한 뒤에도 머리에 남아 있는 모자가 더 멋있다고 답했다.

노을은 오늘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무엇인지 서로 말해 보자고 했다. 토리는 마지막 조각이 떨어지지 않던 순간을 골랐다. 불씨는 팔꿈치 밑에 받침이 들어왔던 때를 골랐다. 해루는 자기 설명을 끝까지 말했던 순간이라고 했다. 같은 방에 있었지만 각자 고른 장면이 달랐다.

반짝이 차례가 되자 식탁 끝이 잠시 조용해졌다. 별은 불씨가 물을 마시러 나왔을 때 문밖에서 웃었던 일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노을은 그것도 오늘의 한 장면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루온은 남은 감자를 불씨의 접시 옆으로 옮겼고, 불씨는 식사를 마친 뒤 다시 공책을 펴서 빠뜨린 말을 적기 시작했다.

반짝이는 식탁 끝에서 불씨를 보았다. 불씨는 실패한 연습까지 작은 공책에 적고 있었다. 지우개로 지운 흔적이 있었지만, 그 위에 다시 써 두었다.

반짝이는 자신이 쓰다 만 편지를 조금 더 깊이 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