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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질주 — 여섯 섬의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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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빛길

첫 번째 빛길을 되살리기 위해 친구들이 오래된 관리실에 모인다. 유리 그릇의 홈을 청소하던 중 안개가 반짝이의 빛을 따라 움직이고, 문을 고치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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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별은 관리실 창문을 모두 열었다. 햇빛이 들어오자 둥근 유리 그릇의 안쪽이 선명해졌다. 그릇에는 길고 짧은 홈이 여섯 방향으로 뻗어 있었고, 그중 바다 쪽 홈 하나에 작은 조약돌이 끼어 있었다.

“손잡이를 억지로 돌린 흔적이 있어.” 새별이 말했다. “안쪽을 먼저 비워야 하는데 힘으로 움직이려 했나 봐.”

토리는 곧장 소매를 걷었다.

“나는 저 돌을 뺄게요. 이런 틈에 연필이 많이 끼어 봤거든요.”

“연필과 네 손가락은 다르니까 기다려.” 은솔이 토리를 붙잡았다. “새별이 움직이는 부분부터 고정하고 나면 하자.”

새별이 나무 버팀쇠를 끼웠다. 토리는 긴 집게를 받았고, 노을은 그릇 가장자리의 모래를 솔로 쓸었다. 집순이는 좁은 홈에 해초 솔을 넣어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밀었다.

솔을 움직일 때마다 노란 모래가 바깥쪽으로 밀렸다. 노을은 한 번에 많이 쓸어 내고 싶어서 솔을 세게 눌렀다. 그러자 끝이 홈 안에 끼고 손잡이만 앞으로 기울었다. 집순이가 옆에서 보더니 손목을 들어 보라고 했다. 솔끝을 세우는 것보다 눕혀 움직이는 쪽이 모래를 잘 끌고 나왔다.

“너희 집에서도 네가 청소해?” 집순이가 물었다. 노을은 방바닥은 자신이 하지만 높은 선반은 엄마가 한다고 했다. 토리는 자기 방바닥에는 지도가 너무 많아 바닥이 없다고 말했다. 은솔이 그건 방바닥이 없는 게 아니라 안 보이는 거라고 하자 집순이는 두 표현이 완전히 다르다며 집게를 들어 보였다.

토리가 집게로 조약돌을 잡았을 때 표면이 미끄러워 돌이 옆으로 굴렀다. 그는 곧바로 다시 집으려다가 홈 끝을 살폈다. 더 좁은 곳으로 가면 꺼내기 어려웠다. 노을이 모래를 담던 작은 나무판을 건넸다. 토리는 돌 앞에 판을 대고, 이번에는 천천히 집게를 닫았다.

돌이 빠진 자리에는 납작한 물고기 모양이 남아 있었다. 노을은 원래 새긴 그림인 줄 알고 소리쳤다. 새별은 젖은 먼지가 붙은 자국이라고 했다. 물을 조금 묻혀 닦자 물고기는 사라졌다. 토리는 아쉽다며 지도에 그려 놓겠다고 했고, 집순이는 수리 기록에 물고기까지 살게 할 생각이냐고 물었다.

새별은 웃다가 먼지 밑에서 드러난 작은 숫자를 발견했다. 손잡이를 여는 순서와 관련된 표시였다. 오래된 기록에는 같은 숫자가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새별은 수첩을 펴서 대조했다. 노을은 새별도 처음부터 모든 글씨를 아는 게 아니라 읽어 가며 알아낸다는 것을 보았다.

창문 틈으로 바람이 들어와 모래 접시 가장자리를 건드렸다. 토리는 자기 모자를 벗어 접시 위에 덮었다가 집순이의 집게 소리를 들었다. “그걸 다시 머리에 쓰려고?” 토리는 모자를 들고 안쪽을 털었다. 노을이 빈 자루를 가져와 접시 아래에 깔자 바람에 날린 모래도 자루 안에 모였다.

반짝이는 친구들이 움직이는 사이를 조용히 떠다녔다. 여기서는 빛나는 것만으로 대단한 일을 할 수 없었다. 토리가 집게를 옮길 때마다 비켜 주고, 은솔이 지나가면 망토가 아니라 가방 쪽으로 자리를 바꿨다. 그러다 그릇 깊은 쪽에 아직 남은 먼지를 보고 조금씩 몸을 낮췄다.

작은 손들이 나눠 맡은 첫 번째 수리
작은 손들이 나눠 맡은 첫 번째 수리

반짝이는 그릇 위를 한 바퀴 돌았다. 빛이 약한 곳에서 먼지가 잘 보이지 않아 고개를 바짝 숙이자, 손잡이에 감긴 안개가 그쪽으로 늘어났다.

“반짝이, 올라와!”

노을이 소리치며 손을 뻗었다. 반짝이는 놀라 뒤로 물러났고, 안개는 목표를 잃은 듯 손잡이 주위로 다시 감겼다.

새별이 곧 관리실의 반투명 덧창을 내려 빛을 고르게 만들었다.

“가까운 빛을 따라오는 것 같아. 확인하려고 더 다가가지는 말자.”

반짝이는 노을의 어깨에 내려앉았다. 작게 미안하다고 말했지만, 노을은 반짝이를 나무라지 않았다. 대신 작업대 위에 작은 방석을 놓았다.

“여기서 봐 줘. 잘 안 보이는 걸 네가 말해 주면 우리가 들여다볼게.”

점심 무렵 조약돌과 모래가 모두 빠졌다. 새별이 버팀쇠를 빼고 손잡이를 조금 돌리자 유리 그릇으로 가느다란 빛이 흘렀다. 빛은 바닷길 아래쪽 홈을 따라 퍼졌다가 얼마 가지 못해 되돌아왔다.

텅, 하는 소리와 함께 손잡이가 튀었다.

새별이 재빨리 다시 잠갔다.

“문은 고쳤지만 바깥길까지 저절로 고쳐지진 않네.”

노을은 실망해서 창밖을 보았다. 물은 가장 낮은 곳까지 빠져 있었다. 건너편 아치가 아침보다 가깝게 느껴져서 더 속상했다.

손에 남은 모래를 털어도 손가락 마디는 뻣뻣했다. 노을은 깨끗해진 유리 그릇을 돌아보았다. 아침에는 모래 때문에 바닥이 보이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 바닥에 자기 얼굴까지 비쳤다. 이렇게 달라졌는데 아무 데도 못 간다는 게 이상했다.

토리가 집게를 가지런히 놓았다. “우리가 빼면 안 되는 돌을 뺀 건 아니겠지? 혹시 손잡이를 붙들어 주던 돌이면 어떡해?”

“막혀 있던 돌은 맞아.” 새별이 그릇 옆의 작은 고정 홈을 보여 주었다. “원래 움직여야 할 부분이 이제 움직이잖아. 여기서 한 일이 사라진 건 아니야. 내가 바깥쪽까지 한 번에 열릴 거라고 기대한 거지.”

반짝이는 방석 위에서 몸을 기울였다. “그럼 나 때문에 다시 고장 난 것도 아니야?”

“지금 본 것만으로는 그렇게 말할 수 없어. 손잡이가 어디까지 움직였는지부터 적어 둘게.”

토리는 지도장을 펴서 고친 부분에 작은 동그라미를 쳤다. 노을도 그 표시를 보았지만 마음은 쉽게 가벼워지지 않았다. 일을 잘했다는 말보다, 오늘 어디에서 자게 될지가 먼저 궁금했다.

“그럼 오늘도 못 가요?”

은솔이 식은 빵을 반으로 나누었다.

“아직 몰라. 지금 확실한 건 이 돌판으로 건너면 안 된다는 거야. 다른 길이 있는지 찾아보는 건 할 수 있어.”

집순이가 빵 대신 젖은 해초를 조금 씹으며 바닷가를 가리켰다.

“우리 할머니는 저 위로 다녔어. 큰길 만들기 전부터 있던 돌계단이야. 중간이 끊어진 뒤로 아무도 안 썼지만, 끊어진 데가 아주 넓지는 않아.”

새별과 은솔이 먼저 계단을 살폈다. 오래된 길은 절벽에 붙어 있었고, 높이가 낮아 파도가 잔잔한 날에는 보수가 가능했다. 빠진 디딤판은 두 개였다. 관리소에는 수리용 판자와 난간줄도 남아 있었다.

관리소 뒤편의 창고를 열자 마른 나무 냄새가 났다. 판자는 길이별로 쌓여 있었지만 맨 위의 것 두 개는 끝이 갈라져 있었다. 쉼터에서 따라온 목수가 긴 판자를 하나씩 들어 두드렸다. 노을은 가장 반듯하게 생긴 판자를 골랐다가 목수가 옆으로 빼 놓는 것을 보고 이유를 물었다.

“겉은 반듯해도 이 끝이 물을 오래 먹었어. 디딤판에는 못 쓰지만 짧게 잘라 다른 데 쓸 수는 있지.” 목수가 잘린 면을 보여 주었다. 토리는 좋은 나무와 나쁜 나무로 나눌 줄 알았는데 쓰는 자리가 다르다고 했다. 목수는 자기 작업장에 그런 자리만 기다리는 나무가 많다고 답했다.

채소 상인은 상자를 볕에서 옮긴 뒤 빈 수레를 끌고 왔다. 노을은 채소가 걱정되지 않느냐고 물었다. 상인은 걱정돼서 수레를 가져왔다고 했다. 길이 열릴 때까지 바라보기만 해서는 잎이 다시 서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는 목수에게 수레 길이를 재 보라고 하고 판자가 튀어나올 부분에 천을 묶었다.

토리는 작은 못을 세어 자루에 담았다. 노을이 옆에서 다른 자루를 세자 둘의 숫자가 자꾸 섞였다. 두 친구는 결국 자루를 하나씩 앞에 두고 따로 앉았다. 토리가 열 개를 세면 돌 하나를 옆에 놓고, 노을은 자기 몫을 끝낸 뒤 그 돌을 더했다. 집순이는 돌과 못을 같은 그릇에 넣지는 말라며 그릇을 하나 더 밀어 주었다.

자루를 하나씩 맡아 작은 못을 세는 친구들
자루를 하나씩 맡아 작은 못을 세는 친구들

점심에 남긴 빵은 이제 가장자리가 단단했다. 노을은 한 입 베어 물다가 목수에게도 남았느냐고 물었다. 목수는 자기 도시락은 있지만 일하다 보면 먹는 시간을 놓친다고 했다. 은솔이 수레를 세워 두고 모두 잠깐 쉬자고 불렀다. 아침에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었던 쉼터 손님들이 창고 문턱에 나란히 앉았다.

반짝이는 빵 냄새가 아침과 달라졌다고 말했다. 노을이 빵을 코에 대니 나무 냄새와 소금 냄새가 섞여 있었다. “우리 집에서는 하루 지나면 그냥 오래된 빵인데, 여기서는 같이 일한 빵이 됐네.” 토리는 그러면 빵 봉지에 지도 대신 오늘 일을 써야 하느냐고 물었다. 노을은 그 종이도 아직 쓸 거냐며 웃었다.

새별이 계단 쪽에서 돌아와 목수에게 필요한 길이를 다시 불러 주었다. 목수는 도시락 뚜껑을 덮고 일어났다. 기다리던 사람들도 하나둘 자기 역할을 찾았다. 노을은 창고 밖으로 나가는 수레 소리를 들으며 쉬는 동안에도 길이 가까워질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전에는 걷는 것만 여행인 줄 알았다.

쉼터에서 기다리던 목수가 합류했다. 채소 상인을 비롯한 어른들이 재료를 날랐다. 노을과 토리는 안전한 마당에서 줄의 매듭을 맞추고, 집순이는 판자 아래의 틈에 자갈이 끼었는지 확인했다.

오래된 계단에 새 난간을 잇다
오래된 계단에 새 난간을 잇다

“우리가 건너려고 고치는데 다른 사람들도 다 같이 하네.” 토리가 말했다.

“다들 건너가야 하니까.” 노을은 줄을 감으며 대답했다. “우리가 먼저 가고 끝나는 일이 아니었어.”

목수는 두 아이가 묶은 줄을 받아 손가락으로 매듭 가운데를 눌렀다. 한쪽은 단단했고, 다른 쪽은 힘을 주자 조금 미끄러졌다. 토리가 급히 자기 매듭을 숨기려 하자 목수가 줄을 다시 돌려주었다.

“이걸 처음부터 다시 만들 필요는 없어. 끝을 이 고리로 한 번 더 보내 보렴.”

토리가 줄을 밀어 넣는 동안 노을이 고리를 벌렸다. 두 사람이 같은 줄을 잡으니 서로 다른 방향으로 당겨져 모양이 자꾸 비뚤어졌다. 결국 토리가 먼저 손을 놓고 노을이 잡아 줄 곳을 짚었다.

“여기만 움직이지 않게 해 줘. 나머지는 내가 돌려 볼게. 아까 네가 꽉 잡아서 못한 게 아니라, 내가 어디를 잡아 달라는지 말을 안 했어.”

멀리서 채소 상인이 빈 상자를 끌고 왔다. 빈손으로 갈 수 없다며, 못과 작은 부품을 나를 그릇으로 쓰자고 했다. 집순이는 상자 높이를 보고 혀를 찼다가 옆에 누운 뚜껑을 골랐다.

노을은 줄 끝을 가지런히 모았다. 아침에만 해도 도와줄 어른이 오면 일이 끝날 줄 알았는데, 지금은 그 어른도 누군가가 줄을 잡아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노을은 자기 차례가 오면 바로 건넬 수 있도록 매듭을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해가 기울기 전에 새 난간이 완성됐다. 목수가 직접 여러 번 걸어 확인한 뒤, 새별은 관리실의 손잡이를 아주 조금 열었다. 이번에는 빛이 새로 이어 놓은 유리 홈을 따라 계단 발밑을 밝혔다.

빛은 세 번 숨을 쉬듯 깜빡이다가 희미해졌다.

“계속 켜 두지는 못하겠어.” 새별이 말했다. “돌아오는 쪽에서 밀려오는 힘이 있어. 지나갈 때만 조금 열고 나머지 시간에는 닫아 두자.”

첫 번째로 약 상자를 든 은솔이 건넜다. 다음은 노을과 반짝이, 토리, 집순이었다. 집순이는 낮게 매단 작은 바구니에 스스로 들어갔다. 바구니를 누가 들지 고르는 데에도 시간이 조금 걸렸다.

돌길 중간에서 바람이 세게 불었다. 노을은 반짝이를 감추듯 몸을 웅크렸다가 물었다.

“안쪽 주머니에 들어갈래, 아니면 여기서 같이 볼래?”

반짝이는 난간 너머를 한 번 보고 대답했다.

“여기 있을래. 떨어질 것 같으면 먼저 말할게.”

반짝이의 작은 손끝이 빨간 목수건에 닿았다.

노을의 발 아래로 바닷물이 보였다. 빛이 난다고 물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판자 사이로 보이는 파도가 가까워질 때마다 걸음이 짧아졌다. 앞에서 걷던 은솔은 뒤를 돌아보고 속도를 줄였다. 노을은 빨리 건너고 싶은데 발이 반대로 움직인다고 솔직히 말했다.

“저 끝을 한꺼번에 보지 말고, 지금 밟을 판자만 보렴. 내가 앞에서 기다리고 있어.” 은솔의 가방이 바람에 조금 흔들렸다. 노을은 가방 아래 매달린 작은 끈을 보고 한 걸음을 옮겼다. 반짝이가 어깨에서 떠오르지 않고 목수건 가까이에 머물렀다. 두 친구의 눈높이에는 같은 난간줄이 놓여 있었다.

처음으로 함께 건넌 빛길
처음으로 함께 건넌 빛길

뒤에서 토리가 자기 발을 노을의 발자국에 맞추려다 걸음을 다시 골랐다. 토리의 다리가 조금 더 길어서 억지로 맞추면 오히려 불편했다. 집순이는 바구니 안에서 물결을 보고 있었다. 토리가 무섭지 않느냐고 묻자 집순이는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먼 수평선을 보는 중이라고 답했다.

“매일 바닷가에 사는데 바다를 처음 보는 얼굴이네.” 토리가 말했다. 집순이는 바구니 벽을 톡 두드렸다. “맨날 바다 밑부분만 봤거든. 너도 땅에 엎드려 살아 봐. 수평선보다 자갈이 더 자주 보일 거야.” 토리는 웃다가 난간을 다시 잡았다. 지금 지도에 그리면 바다를 너무 크게 그릴 것 같았다.

노을은 마지막 세 판자를 세었다. 세 번째 판자를 디딘 뒤 단단한 돌바닥이 나타나자 무릎에 들어갔던 힘이 풀렸다. 건넜다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뒤에 오는 토리가 아직 난간줄을 잡고 있었다. 노을은 짐을 내려놓고 토리가 올라설 자리를 비웠다. 토리가 도착하자 둘은 말 대신 어깨를 한 번 부딪쳤다.

마지막 판자를 건넌 뒤의 어깨 인사
마지막 판자를 건넌 뒤의 어깨 인사

반짝이는 돌아온 길을 바라보았다. 관리실이 멀어져 문 하나만큼 작게 보였다. 저쪽에도 자신을 아는 사람들이 조금 생겼다. 노을이 왜 뒤를 보느냐고 묻자 반짝이는 나중에 돌아올 때 이쪽에서 보면 알아볼 수 있을지 보고 있다고 말했다. 노을은 그 말을 지도에 꼭 적어 두라고 토리에게 부탁했다.

토리는 아직 연필을 꺼내지 않았다. 먼저 바구니를 낮은 돌 위에 놓고 집순이가 내려올 때까지 손잡이를 잡았다. 집순이는 바닥을 두 번 두드려 단단한지 확인한 뒤 바구니 밖으로 나왔다. 누구도 같은 방법으로 건너지 않았지만, 이제 모두 같은 쪽에 서 있었다.

건너편 붉은절벽에서 새별이 마지막으로 따라왔다. 그는 바닷길 관리인에게 수리 내용을 넘기고, 잠시 등대섬까지 동행하기로 했다.

토리는 지도에 처음으로 길고 확실한 선을 그었다. 그 아래에는 이렇게 적었다.

‘오늘 건넜음. 밀물에는 닫힘. 집순이의 할머니가 알던 길.’

붉은 바위 위에 다섯 개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웠다. 그 그림자 위로, 어디선가 날아온 검은 천 한 조각이 소리 없이 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