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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질주 — 여섯 섬의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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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지기의 출입금지

썰물에 드러난 북쪽 바닷길 앞을 별지기 새별이 막아선다. 반짝이를 집으로 데려가고 싶은 노을은 멀쩡해 보이는 돌길을 왜 건널 수 없는지 직접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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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 바닷길은 썰물 때만 드러나는 긴 돌길이었다. 길 건너 붉은절벽에는 바람에 깎인 아치가 보였고, 그 아래로 작은 항구의 돛대들이 솟아 있었다.

하지만 건너가는 입구에는 줄이 쳐져 있었다.

‘통행 중지.’

그 뒤에 남색 털을 가진 여우가 서 있었다. 보랏빛 망토의 깃에는 작은 별 배지가 붙어 있었다. 여우는 도착한 사람 수를 세고, 노을의 어깨에 떠 있는 반짝이까지 센 다음 수첩을 폈다.

“바닷길을 살피는 별지기 새별입니다. 지금은 길 가운데가 꺼져서 건널 수 없어요. 다음 안내는 오후에 하겠습니다.”

은솔이 우편 가방에서 접은 지도를 꺼냈다.

“지도가 늦었지? 먼저 소식을 보냈어야 했는데, 출발 전에 맡은 일을 나누느라 시간이 걸렸어. 이 아이들은 등대섬으로 가는 길이야.”

새별은 지도를 받아 들고 은솔의 서명을 확인했다.

“물건은 잘 받았습니다. 하지만 통행은 별개예요. 등대섬으로 가려는 분도, 약을 전하러 가는 분도 모두 기다리고 있어요.”

길 옆 쉼터에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채소 상자는 젖은 천으로 덮여 있었고, 한 노인은 바구니 속 병아리에게 물을 먹이고 있었다. 누구도 단순히 구경을 나온 것이 아니었다.

쉼터 지붕은 사람들을 모두 가려 주기에는 조금 작았다. 햇빛이 이동할 때마다 그늘 끝의 짐도 함께 움직였다. 은솔은 약 상자를 가진 사람과 목적지를 확인하고 채소 상인에게 물을 조금 나누어 받았다. 노을은 기다리는 사람들 틈에 서자 갑자기 여행자라는 느낌이 들었다. 여기에는 노을의 엄마가 와서 부를 시간이 없었다.

토리는 남은 자리를 찾다가 납작한 상자 위에 앉으려 했다. 상인이 급히 손을 들었다. “그건 의자가 아니라 딸기야. 납작하다고 더 납작하게 만들면 안 된다.” 토리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일어섰다. 옆에서 본 노을이 웃음을 참지 못하자 상인은 빈 나무 상자 하나를 뒤집어 주었다.

“이건 정말 의자로 써도 되죠?” 토리가 뚜껑 안을 들여다보았다. 상인은 손으로 바닥을 두드렸다. “지금은 그래. 항구에 도착하면 다시 상자가 될 거고.” 노을이 앉자 반짝이는 차양 밑으로 몸을 피했다. 노란 딸기 꽃 그림과 별이 나란해졌다.

딸기 상자와 진짜 의자
딸기 상자와 진짜 의자

병아리가 든 바구니에서는 작은 발톱이 긁히는 소리가 났다. 노인은 천을 반쯤 들고 안쪽으로 물그릇을 밀었다. 집순이가 바닥으로 떨어진 밀알을 옆으로 밀어 주었다. 노인은 고맙다고 하면서도 병아리는 낯선 손을 무서워하니 바구니 안으로 들어오지 말라고 부탁했다. 집순이는 그 정도는 자기도 안다고 대답했다.

노을은 사람들이 무슨 일로 길을 건너는지 듣게 되었다. 상인은 항구 식당에 채소를 가져가야 했고, 약 상자의 주인은 저녁 배에 싣기로 한 물건을 지키고 있었다. 병아리를 데려온 노인은 절벽 쪽 가족의 새 우리를 보러 가는 길이었다. 똑같이 앉아 있어도 모두 기다리는 사람이 달랐다.

“나는 반짝이를 집에 데려다주러 가요.” 노을이 말하자 상인은 어느 집이냐고 물었다. 노을은 하늘을 가리켰다가 손을 내렸다. 어디라고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토리가 먼저 등대섬에 가서 길을 물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반짝이는 두 친구 사이에서 작게 이름을 밝혔다.

상인은 조금 놀랐지만 한참 쳐다보지는 않았다. 대신 차양 끈이 풀리려는 것을 묶으며 말했다. “멀리 가는 손님들이구나. 여기서는 너희도 우리도 첫 길부터 기다리는 처지네.” 노을은 그 말이 묘하게 편했다. 별을 데려왔다고 특별한 자리를 얻지는 못했지만, 어디로 갈지 아직 몰라도 이 쉼터에 앉을 수 있었다.

노을은 쉼터 끝에 앉아 신발 끈을 다시 묶었다. 풀리지도 않은 매듭을 당기자 발등이 아팠다. 토리는 통행 중지 팻말을 지도에 옮기다가, 그 글씨를 지울 자리를 남겨 두었다.

“오후에는 건널 수 있다고 써도 될까? 아까 오후에 알려 준다고 했잖아.”

“알려 준다고 했지, 열어 준다고는 안 했어.” 노을은 자기가 그런 차이를 따지고 있다는 게 싫었다. “나도 그냥 열린다고 적었으면 좋겠는데.”

쉼터 건너편에서 채소 상인이 축 처진 잎을 한 장 떼어 냈다. 반짝이는 그 손을 보며 조용히 말했다. “나는 내 길만 막힌 줄 알았어. 저 상자도 갈 곳이 있는 거네.”

노을은 반짝이를 어깨 가까이 불렀다. 상한 채소를 대신 고칠 수는 없었지만, 자기 사정만 제일 급하다고 말하기도 어려워졌다. 그래도 새별을 바라보면 자꾸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길을 아는 사람이 앞에 서 있는데, 그 사람이 비켜 주지 않아서 못 가는 것만 같았다.

새별이 수첩에 무엇을 적는 동안 노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만히 기다리는 대신, 적어도 자신이 궁금한 것은 물어보고 싶었다.

노을은 줄 너머를 보았다. 햇빛에 드러난 돌길은 제법 단단해 보였다.

“물이 더 빠지면 옆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반짝이는 집에 가야 해요. 저쪽 섬에 가면 방법을 아는 분이 있대요.”

새별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노을을 줄 앞의 전망대로 데려갔다. 거기서 보니 멀쩡해 보이던 돌판 아래가 텅 비어 있었다. 파도가 드나들 때마다 돌판 한쪽이 조금씩 들렸다.

겉보기와 달랐던 바닷길
겉보기와 달랐던 바닷길

노을의 귀가 내려갔다.

“아래가 저런 줄은 몰랐어요.”

“급한 사정이 있는 건 알아요. 내가 먼저 보여 줬어야 했는데 표지판부터 가리켰네요.”

새별은 망토에 묻은 소금을 털었다. 목소리도 처음보다 덜 딱딱했다.

전망대 난간에는 새 소금 자국이 묻어 있었다. 새별은 어제 물이 닿았던 높이를 손바닥으로 짚었다. 평소에는 망토 끝에도 닿지 않던 물이 밤에는 훨씬 높이 올라왔다고 했다. 노을은 돌판 아래로 파도가 들어갔다가 빠지는 것을 한 번 더 보았다. 위에서는 평평했던 길이 아래에서는 지붕처럼 얇았다.

“새별은 어제부터 여기 있었어요? 그러면 집에는 언제 갔어요?” 노을이 물었다. 새별은 수첩을 넣던 손을 멈췄다. “새벽에 다른 관리인과 잠깐 바꿨지. 밥을 먹으려고 했는데 빵을 책상에 두고 그냥 왔어.” 토리는 어른도 그런 실수를 하느냐는 얼굴로 망토 주머니를 보았다.

새별은 주머니에서 열쇠 대신 구겨진 냅킨을 꺼냈다. 냅킨에 붙은 부스러기 하나를 보더니 한숨을 쉬었다. 토리는 웃어도 되는지 노을을 보았다. 새별이 먼저 웃었다. “먹으려고 꺼내기까지는 했다는 증거네. 먹었다는 증거는 아니고.” 반짝이도 천 아래에서 조금 밝아졌다.

별지기의 주머니에 남은 빵 부스러기
별지기의 주머니에 남은 빵 부스러기

그때 쉼터에서 같은 질문이 또 들렸다. 오후가 되면 길이 열리느냐는 물음이었다. 새별이 답하려고 돌아서자 노을은 아까 자기도 그렇게 들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줄 앞에는 통행 중지라는 글씨만 있었다. 다음에 무엇을 알려 줄지는 아무 데도 적혀 있지 않았다.

“길을 고치는 중인지, 사람을 기다리는 중인지 같이 쓰면 안 돼요? 계속 물어보면 새별도 힘들고, 우리는 가만히 있는 이유를 모르니까요.” 노을의 말에 새별은 빈 나무판을 가져왔다. 토리는 옆에서 글씨를 쓸 수 있다고 나섰다가, 지금은 새별이 직접 알려 주는 표시가 더 분명하겠다고 생각해 판만 붙잡았다.

새별은 큰 돌판 아래가 비어 있어 확인 중이라는 문장을 적었다. 물이 빠져도 바로 열 수 없으며 오후에는 확인한 내용을 알리겠다고 덧붙였다. 상인은 글을 읽고 배 시간을 맞출 수 없겠다고 중얼거렸다. 낙담한 표정은 그대로였지만 더는 열린다는 약속을 받은 사람처럼 시계를 보지 않았다.

노을은 새별이 모두의 마음을 풀어 줄 수는 없다는 걸 알았다. 새별도 완성된 판을 한 번 보고 돌아섰다. 새별의 발목에는 마른 진흙이 여러 겹 붙어 있었다. 노을이 처음 줄 앞에서 올려다볼 때에는 별 배지만 보느라 그 아래를 보지 못했다.

그때 집순이가 줄 아래로 기어왔다.

“그럼 저 길을 고칠 사람은 언제 와?”

“등대 관리소에 요청을 보냈어. 지금은 배가 못 떠서 기다리는 중이야.”

“서쪽 벽에 있는 빛 구멍도 기다리고 있어? 아까 우리가 하나 뚫었더니 길이 켜지던데.”

새별의 시선이 집순이에게 멈췄다. 토리가 지도를 펼쳐 방금 청소한 배수구와 그곳에서 본 빛을 설명했다. 그는 노란 선을 그리려다 연필을 멈췄다.

“이쪽으로 간 건 봤어요. 건너편까지 갔는지는 못 봤고요.”

새별은 자신의 지도와 겹쳐 보았다. 두 지도에서 배수구의 위치가 정확히 맞았다.

토리의 지도에는 커다란 소라껍데기도 그려져 있었다. 새별은 그 그림을 물으려다가 집순이를 보았다. 집순이가 먼저 집게를 들었다. “그건 내 집이야. 길이 아니니까 발로 밟으면 안 된다고 표시한 거지.”

“그럼 이 부분에는 집이 있다고 따로 적어 둘게.” 새별이 자기 지도에 작은 점을 찍었다. 토리는 그 모습을 유심히 보았다. 어른의 지도에도 자기 그림에서 옮겨 간 점이 하나 생겼다.

“제 그림이 틀린 데도 있을 텐데요.”

“그래서 겹쳐 보는 거야. 네가 방금 본 곳은 내 오래된 지도보다 정확할 수 있어. 대신 네가 보지 않은 곳은 우리가 같이 확인해야 해.”

새별은 종이 한쪽을 손바닥으로 눌렀다. 바람에 들린 반대쪽은 노을이 잡았다. 지도 속 선들이 서로 이어지자, 아까까지 길을 막는 사람처럼 보였던 새별이 이제는 같은 종이를 들여다보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집순이가 배수구 옆의 희미한 표시를 가리켰다. “이 동그라미가 아까 본 거랑 같아. 그냥 물 빠지는 구멍이면 별을 왜 그려 놨을까?” 새별은 허리춤에서 낡은 열쇠 꾸러미를 꺼내 놓았다.

“이건 배수구만이 아니에요. 옛 빛길의 첫 번째 문이 있어요. 밤에 길을 밝히던 시설인데, 어젯밤부터 작동하지 않았어요.”

반짝이가 망토 가까이 다가갔다.

“별등에도 이런 그림이 있었어. 여섯 개의 동그라미가 선으로 이어져 있었거든.”

새별이 반짝이를 유심히 보았다. 반짝이는 저절로 노을 쪽으로 조금 물러났다.

“거기에 있었다고? 하늘의 별등에?”

“응. 그런데 지금은 올라가는 길을 몰라.”

새별은 수첩을 덮었다. 반짝이에게 손을 뻗는 대신 무릎을 굽혀 눈높이를 맞췄다.

“그럼 네가 기억하는 걸 나중에 들려줄 수 있을까? 지금은 먼저 저 문이 안전한지 살펴보고 싶어.”

반짝이와 눈높이를 맞춘 새별
반짝이와 눈높이를 맞춘 새별

새별이 앞장서서 관리소 열쇠를 가져왔다. 은솔은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상황을 알리고, 아이들은 줄 안쪽의 작업 마당까지만 들어가기로 했다. 망가진 돌판에는 아무도 올라가지 않았다.

열쇠 꾸러미에는 비슷하게 생긴 열쇠가 여덟 개나 달려 있었다. 새별은 손잡이에 새겨진 물결무늬를 골랐다. 토리는 별 모양 문에는 별 모양 열쇠를 쓸 줄 알았다고 말했다. 새별은 바닷길 시설은 물결, 절벽 시설은 바위 모양으로 나눠 놓았다고 설명했다. 오래된 별무늬보다 관리소 표시가 나중에 붙은 것이었다.

문 앞에는 밀려온 모래가 낮게 쌓여 있었다. 새별이 열쇠를 돌려도 문이 조금밖에 움직이지 않았다. 은솔은 경첩을 당기지 않고 아래를 먼저 살폈다. 두 어른이 작은 삽으로 모래를 걷는 동안 아이들은 빈 자루를 펴 주었다. 집순이는 쌓인 모래에서 젖은 해초를 골라냈다.

반짝이는 문에 붙은 둥근 별무늬를 보았다. 가까이 가면 냄새까지 알 것처럼 익숙했지만, 손을 대고 싶지는 않았다. 노을이 바닥을 쓸다가 고개를 들었다. “네가 살던 데도 문이 이렇게 작았어?” 반짝이는 높이를 올려다보았다. “문은 달랐어. 그림은 비슷하고.”

노을은 더 묻지 않고 빗자루를 옆으로 옮겼다. 토리는 조각을 담은 깡통을 가방 안에서 꺼내 새별에게 보여 주었다. 새별은 뚜껑을 열어 빛에 비춘 뒤, 이 시설의 유리와 같은 것인지는 안쪽을 봐야 알 수 있다고 했다. 반짝이는 금빛이 번지기 전에 창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문 안에 뭐가 있으면 좋겠어?” 토리가 노을에게 작게 물었다. 노을은 반짝이를 올려다봤다가 대답했다. “집으로 가는 계단. 하지만 그건 내가 바라는 거고, 새별은 고칠 수 있는 물건이 있었으면 하겠지.” 토리는 자기는 빈 벽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큰 지도를 그려도 바람에 날아가지 않을 벽이었다.

집순이는 모래 자루 옆에서 두 여우를 올려다보았다. “나는 바닥이 말랐으면 좋겠어. 너희가 높은 걸 바라는 동안 아래도 좀 생각해.” 노을은 웃으며 마지막 모래를 쓸었다. 이번에는 문 아래에 손가락 하나쯤의 틈이 생겼다. 새별이 손잡이를 다시 돌리자 오래 닫혀 있던 경첩이 낮게 울렸다.

작은 관리실의 문이 열리자 차가운 바람이 흘러나왔다. 바닥에는 둥근 유리 그릇이 박혀 있었다. 그릇 가장자리의 홈에 모래가 가득했고, 옆 손잡이는 밧줄처럼 꼬인 안개에 묶여 있었다.

그릇 안쪽에는 손가락으로 짚을 만한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들어온 빛은 돌아갈 길을 찾는다.’

새별이 문장을 읽는 순간, 반짝이의 빛이 한 번 불규칙하게 떨렸다.

노을이 돌아보았다.

“추워?”

“조금.”

노을은 엄마가 챙겨 준 작은 천을 반짝이의 아래쪽 끝에 둘러 주었다. 반짝이는 글씨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안개에 묶인 첫 번째 문
안개에 묶인 첫 번째 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