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이동
saintpick.
← 작품·회차 목록
별빛 질주 — 여섯 섬의 친구들

02 / 36

끼룩의 아주 큰 소식

아기 갈매기 끼룩이 창문을 두드리며 등대섬이 사라졌다는 소식을 전한다. 부두로 달려간 노을과 친구들은 검은 안개 너머를 살피고, 반짝이는 전날 밤 하늘에서 들었던 소리를 떠올린다.

읽던 위치는 이 브라우저에 저장돼요.

다음 날 아침, 노을의 창문을 두드린 것은 빗방울이 아니라 부리였다.

“일어나! 아주 큰 소식이야. 등대섬이 없어졌어!”

창틀에 아기 갈매기가 매달려 있었다. 바닷가를 날아다니며 소식을 전하는 끼룩이었다. 몸집이 작아 먼바다까지 날지는 못했지만, 마을에서는 가장 먼저 소식을 알아오는 편이었다.

노을이 창문을 열자 끼룩은 들어오려다 반짝이를 보고 멈췄다.

“네 방에 해가 들어왔네? 그럼 하늘에서 없어진 게 여기로 온 건가?”

“이 친구 이름은 반짝이야. 그런데 등대섬이 없어졌다는 게 무슨 말이야? 어제 저녁에도 불빛을 봤어.”

끼룩은 날개를 벌려 방 안 가득 원을 그렸다.

“오늘 아침에는 통째로 안 보였어. 불빛도 없고, 배도 없고, 아무것도. 그래서 내가 제일 먼저 알려주러 온 거야.”

끼룩은 소식을 다 전했다는 듯 가슴을 부풀렸다. 그런데 노을이 곧장 놀란 소리를 내지 않자 창밖을 돌아보았다. 자신의 말이 방 안에서는 바깥에서만큼 커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반짝이는 접힌 수건 위에서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없어졌다는 건 물속에 잠겼다는 거야? 아니면 다른 데로 움직였다는 거야?” 노을이 물었다. 끼룩은 부리를 열었지만 둘 중 어느 쪽이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 잠시 뒤 그는 자신이 본 자리에는 회색뿐이었다고 설명했다. 등대 불이 있어야 하는 높이에도, 부두가 있어야 하는 낮은 곳에도 같은 색이 놓여 있었다.

토리에게 달려가야 할 것 같아 노을은 이불을 걷었다. 발을 바닥에 내려놓고 보니 반짝이가 아직 창틀을 보고 있었다. 작은 별의 빛은 어젯밤보다 고르게 돌아왔지만, 기쁜 표정은 아니었다. 끼룩이 창문에서 한 발 물러나자 반짝이는 그 빈 곳으로 떠올랐다.

창문에서는 등대섬이 보이지 않았다. 앞집의 굴뚝과 빨래줄, 멀리 이어진 지붕만 보였다. 노을은 높은 데 올라서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가, 그것도 마을 건너편 지붕만 더 많이 보는 일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같은 마을에서도 보이는 바다가 자리마다 달랐다.

“나 어젯밤에도 빛이 떨어지는 걸 봤어. 반짝이가 온 다음이었어. 그것도 친구라면 물에 빠졌을까?” 노을이 말하자 끼룩은 깃털을 곤두세웠다. 더 큰 소식이 생겼다고 외치려다가 반짝이를 보고 부리를 닫았다.

반짝이는 창틀에 살짝 내려앉았다. “빛난다고 다 나 같은 별은 아니야. 그래도 어떤 것이었는지는 보고 싶어. 멀리서 잠깐 보인 거라면 내가 설명해도 다른 걸 말할 수 있겠네.” 노을은 빛이 사라졌던 방향을 손으로 짚었다. 지붕에 가려진 뒤는 보지 못했다.

끼룩은 자기가 들른 집을 날개 끝으로 세었다. 생선 가게, 우물집, 그리고 노을의 집이었다. 우물집에서는 벌써 이웃을 부르고 있었다. 소식은 끼룩이 쉬는 동안에도 다른 입으로 옮겨 가고 있을 것이었다.

“내가 그렇게 말해서 배가 안 뜨는 건 아니겠지?” 끼룩이 처음보다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노을은 아직 이유를 모른다고 답했다. 방 안에서 이야기를 더 크게 만드는 것보다 부두에 있는 사람에게 듣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복도에서 발소리가 다가왔다.

아침 창문으로 찾아온 끼룩
아침 창문으로 찾아온 끼룩

엄마가 문밖에서 물었다.

“등대섬 가까이까지 가 봤니?”

끼룩은 날개를 접었다. “방파제 끝까지요. 그 너머는 바람이 세서 못 갔어요.”

반짝이가 노을의 어깨 높이로 떠올랐다. 한쪽 끝은 아직 조금 구겨져 있었다.

“불빛이 꺼졌다면 나 때문일 수도 있어. 어젯밤 내가 떨어지기 전에 하늘에서 아주 큰 소리가 났거든.”

노을은 신발부터 신었다. 엄마는 방문 앞을 막는 대신 창밖 날씨를 살폈다.

“방파제에서는 나하고 같이 확인하자. 멀리 가지 않는다고 약속하기 전에, 어디를 가려는지 먼저 이야기해 줘.”

토리와 토리의 아빠까지 합류했을 때, 마을 부두에는 이미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등대섬으로 가는 여객선에는 오늘은 출항하지 않는다는 팻말이 걸려 있었다.

선장은 망원경을 내려놓았다.

“섬이 없어진 건 아니야. 검은 안개가 사이에 끼었어. 등대의 불빛도 약해졌으니 배를 띄울 수가 없지.”

부두 끝에서 줄을 감던 손들이 잠시 멎었다. 생선 상자는 수레에 그대로 남아 있었고, 배에 타려고 나온 아이는 빈 승선대를 바라보았다. 노을은 어제까지 흔들리는 다리쯤으로 보였던 그 널빤지가, 지금은 건널 수 없는 거리처럼 느껴졌다.

“할머니가 저 섬에 계신데요.” 아이가 선장에게 말했다. “오늘 제가 간다고 알고 계세요. 안 가면 계속 기다리실 텐데요.”

선장은 아이의 표를 돌려주지 않고 날짜 옆에 작은 표시를 했다. “오후에 한 번 더 살펴보마. 연락할 길을 찾으면 네 소식도 함께 전할게. 배가 뜬다고 약속할 수는 없어도, 네가 여기 다녀갔다는 건 기억해 둘 수 있지.”

토리는 노을 곁에서 지도장을 꺼냈다가 다시 닫았다. 지도에 그린 바다는 손바닥만 했는데, 실제 바다는 어젯밤보다 훨씬 넓어 보였다.

“반짝이는 저 너머보다 더 멀리 가야 하는 거잖아. 어제는 등대에 물어보면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

“나도.” 노을은 자기 어깨를 보았다. 반짝이는 사람들의 대화가 끝날 때마다 작게 몸을 움츠리고 있었다. 노을은 별을 가리지 않도록 목수건 끝만 뒤로 넘겼다. “그래도 아직 물어볼 사람은 있잖아.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거랑, 갈 데가 없는 건 다를 거야.”

끼룩이 부두 기둥 뒤로 물러났다. 노을이 옆에 서자, 끼룩은 먼저 말했다.

“나 때문에 다들 여기 온 거야? 섬이 없어진 줄 알았어. 아무도 안 보인다고 하면 별로 큰 소식 같지 않아서…….”

“안 보인다는 것도 중요한 소식이야. 어느 쪽에서 봤는지 알려주면 다른 친구가 이어서 살펴볼 수 있잖아.”

노을은 망원경을 돌려주고 기둥 위를 가리켰다. 끼룩은 그곳에서 본 안개의 높이와 바람 방향을 선장에게 설명했다. 이번에는 자기가 직접 본 것만 말했다.

안개 속 등대섬을 함께 살피다
안개 속 등대섬을 함께 살피다

끼룩이 기둥 위에서 설명하는 동안 생선 상인이 다가왔다. 그는 등대섬이 사라졌다는 말을 듣고 빈 상자를 가져왔다고 했다. 섬에서 오는 배가 없다면 오후 장사 준비를 줄여야 했다. 끼룩은 상인의 얼굴을 보고 목을 움츠렸다.

“제가 섬이 없어졌다고 했어요. 그런데 없어진 걸 본 건 아니에요. 방파제에서 안 보이는 걸 봤어요.” 한 번 말하고 나니 목이 메었다. 그럴듯하게 들리던 첫 소식보다 고치는 말이 훨씬 짧은데도 끝내기가 어려웠다.

상인은 빈 상자를 내려놓았다. “그럼 배가 언제 뜨는지는 아직 모르는 거구나.” 끼룩은 고개를 끄덕였다. 상인은 곧장 웃으며 괜찮다고 하지는 않았다. 아침 준비를 바꾼 수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신 옆 가게에도 같은 내용을 알려 달라고 했다.

노을은 같이 가 주겠다고 말하려다가 엄마 쪽을 보았다. 엄마는 부두 광장 안에서 함께 움직이자고 했다. 세 사람은 기둥에서 가장 가까운 가게부터 갔다. 끼룩은 문턱 위에 서서 아까 전한 말 중 어느 부분이 잘못되었는지 설명했다.

첫 가게에서는 그래서 섬은 무사하냐고 물었다. 두 번째 가게에서는 오늘 장을 열어도 되느냐고 물었다. 끼룩은 둘 다 자기가 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모르는 말이 늘어날수록 자신이 소식을 전하는 친구로서 쓸모없어지는 것 같았지만, 가게 주인들은 선장에게 무엇을 더 물을지 의논하기 시작했다.

토리는 광장 게시판 옆의 빈 종이에 세 줄을 적었다. ‘안개 때문에 등대섬이 보이지 않음. 여객선 출항 중지. 다음 확인 소식은 선장에게.’ 끼룩은 자기 이름을 쓰려다가 어느 줄 옆에 써야 할지 물었다. 토리는 첫 줄의 본 사람 자리에 작은 갈매기를 그렸다.

본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한 끼룩의 소식
본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한 끼룩의 소식

“다음 소식까지 네가 알아야 오늘 본 것이 없어지지 않는 건 아니야.” 노을이 말했다. 끼룩은 게시판에 붙인 그림을 보았다. 아주 큰 소식이라는 말은 어디에도 없었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은 종이 앞에서 멈춰 읽었다.

부두로 돌아왔을 때 할머니를 만나러 가려던 아이가 아직 기다리고 있었다. 끼룩은 그 아이에게도 같은 설명을 했다. 아이는 오늘 못 가더라도 할머니가 자기를 잊어버린 것은 아니라며 표를 주머니에 넣었다. 끼룩은 그 말까지 다른 집에 전하고 싶었지만, 이번에는 자기 소식으로 가져가지 않았다.

토리는 새 종이에 부두와 등대섬 사이를 그렸다. 선장은 안개가 덮인 곳에 연필로 빗금을 쳤다.

“등대에 가려면 북쪽의 붉은 절벽을 돌아야겠네. 썰물에 드러나는 돌길로 옆 섬에 건너가면, 그 섬 안쪽 항구에서 등대섬으로 짧게 배를 탈 수 있어. 하지만 길을 확인할 별지기와 어른 안내가 필요해.”

“별지기는 별이 사는 데도 알아요?”

반짝이가 물었다. 선장은 이제야 노을 뒤에 떠 있는 작은 별을 보고 모자를 벗었다가 다시 썼다.

“그건 내가 답하기 어렵구나. 등대 할머니라면 오래된 별 이야기를 많이 아시지.”

엄마는 한동안 안개를 보았다. 토리의 아빠와 선장이 낮은 목소리로 길을 의논했다. 노을은 그 사이에 끼어들지 않고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노을은 발끝으로 부두 판자의 못을 세었다. 여덟 번째 못까지 갔다가 다시 첫 번째로 돌아왔다. 엄마가 안 된다고 하면 뭐라고 말할지 생각했지만, 생각할수록 목이 답답해졌다.

토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빠, 제가 그린 지도는 아직 길이 별로 없어요. 그래도 다녀온 곳을 그려 오면 다음에 가는 사람이 쓸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럴 수 있지. 하지만 빈 종이를 채우려고 위험한 데까지 갈 필요는 없어.” 아빠가 지도장의 접힌 귀를 펴 주었다. “네가 돌아와서 여기는 못 갔다고 설명하는 것도 지도에 필요한 이야기야.”

반짝이가 두 친구 사이로 내려왔다. “너희가 못 가면 나는 여기서 기다려도 돼. 어제는 물 밖으로 나오기만 하면 뭐든 혼자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침이 되니까 잘 모르겠어.”

노을은 그 말에 오히려 고개를 들었다. 반짝이가 당장 데려가 달라고 졸랐다면 조급한 마음만 더 컸을 것이다. 기다릴 수 있다는 말은, 노을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할 틈을 주었다.

엄마가 노을을 돌아보았다. “가고 싶다는 말은 들었어. 이제 네 생각을 조금 더 말해 볼래? 누가 시켜서도, 어젯밤 약속을 잘못해서도 말고.”

“내가 반짝이를 데려가고 싶어. 그렇지만 길을 모르는 데까지 우리끼리 가지는 않을게. 안내해 줄 분하고 갈 수 있으면 좋겠어.”

엄마는 노을의 목수건을 고쳐 묶어주었다.

“은솔이 오늘 북쪽으로 우편을 가져간단다. 함께 갈 수 있는지 물어보자. 가게 되면 도착하는 곳마다 소식을 보내고, 위험한 길에서는 돌아오는 것도 생각해야 해.”

엄마가 고쳐 묶어 준 목수건
엄마가 고쳐 묶어 준 목수건

끼룩이 가슴을 폈다.

“마을 안의 소식은 내가 전할게요. 이번에는 본 것하고 들은 것을 따로 말할 수 있어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반짝이가 물었다.

“나를 데려다주면 너희는 바로 집에 올 수 있을까?”

노을은 대답을 고르다가 고개를 저었다.

“얼마나 걸릴지 아직 몰라. 대신 오늘 어디까지 갈 건지는 같이 정할 수 있어.”

노을은 익숙한 돌담을 따라 걸었다. 전날에는 집으로 돌아가면 저녁이 기다린다는 생각뿐이었는데, 오늘은 돌담이 끝나는 곳마다 갈림길이 있다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우편소로 가는 길은 오른쪽, 집으로 가는 길은 언덕 위였다. 어느 쪽으로 가느냐에 따라 오늘이 달라질 것 같았다.

토리가 가방에서 연필 세 자루를 꺼내 길이를 비교했다. 제일 긴 것은 아껴 두고 짧은 것으로 새 지도를 그리겠다고 했다. 노을은 긴 것을 언제 쓸 거냐고 물었다. 토리는 중요한 곳에 도착하면이라고 대답했다가, 등대섬도 중요하고 붉은 절벽도 중요하니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너는 뭘 제일 먼저 챙길 거야?” 토리가 물었다. 노을은 빵이라고 했다가 물통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반짝이는 둘이 말을 주고받는 동안 자기 몸에 둘러진 천을 내려다보았다. 집을 떠날 때는 아무것도 고르지 못한 채 떨어졌기 때문에, 챙길 것을 생각한다는 일이 새롭게 느껴지는 모양이었다.

“나는 가져갈 게 이 천밖에 없어. 그것도 네 거고.” 반짝이가 말하자 노을은 어젯밤 같이 쉬었던 수건을 더 가져갈 수 있다고 했다. 반짝이는 고개를 저었다. “많이 갖고 싶은 건 아니야. 내가 떠나는 걸 알고 챙긴 물건이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는 뜻이야.”

엄마는 걸음을 조금 늦췄다. “집에 들르면 네가 쉴 천을 직접 골라 보렴. 손님용 수건 중에서 작은 게 있을 거야.” 반짝이는 자기 것을 골라도 되느냐고 다시 물었다. 엄마가 된다고 하자 몸의 아래쪽 끝이 조그맣게 들렸다.

토리의 아빠는 해가 어디쯤 있는지 살폈다. 우편소에 먼저 들러 은솔의 일정을 듣고 짐을 챙길 시간을 정하자고 했다. 노을은 언제 출발할지 정하지 않았는데 벌써 작별하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엄마는 가방을 메기도 전부터 여행이 시작된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고 답했다.

“엄마도 그런 적 있어?” 노을이 묻자 엄마는 처음 이 마을로 이사 오던 날을 이야기했다. 아직 짐을 싣지 않았는데 살던 집 창문이 갑자기 낯설게 보였다고 했다. 노을은 엄마가 이 마을 밖에서 살았던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고도 자주 잊었다.

언덕 밑에서 토리의 아빠가 먼저 우편소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노을은 집 지붕을 한 번 올려다본 뒤 따라갔다. 집은 그대로 있는데 자신의 발이 다른 길을 고르고 있었다. 어깨 옆의 작은 별도 같은 쪽을 보고 있었다.

집이 보이는 갈림길에서 여행을 고르다
집이 보이는 갈림길에서 여행을 고르다

부두 뒤 우편소에서 은색 꼬리가 문밖으로 삐져나와 있었다. 누군가 안에서, 서로 다른 세 시각을 중얼거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