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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질주 — 여섯 섬의 친구들

36 / 36 · 마지막 이야기

집으로 돌아가는 별

서둘러 다음 문으로 달려갈 필요가 없어진 아침, 노을과 토리는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한다. 여행 내내 어깨 곁을 지키던 반짝이와 함께, 친구들은 모험 뒤에 이어질 각자의 하루를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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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등을 고친 다음 날에도 아침은 평소처럼 왔다.

기술자들은 남은 도구를 정리했고, 관리 별들은 깨진 선반을 고쳤다. 뭉게는 물을 너무 많이 머금지 않도록 낮은 구름층을 천천히 돌았다. 노을은 늦잠을 잤다.

눈을 떴을 때, 세상이 조용한 것이 가장 이상했다. 당장 달려가야 할 문도 없고, 다음 배를 놓칠까 봐 서두를 일도 없었다.

토리는 옆 침대에 앉아 지도장을 보고 있었다.

“끝까지 그렸어?”

노을이 묻자 토리는 고개를 저었다.

“집까지 돌아가야 끝나지. 그리고 여기 빵집은 아직 못 가 봤어.”

노을은 이불을 걷으며 웃었다.

아침 식탁에서 금오는 돌아갈 배와 숙소를 준비해 두었다고 말했다. 공사가 끝난 뒤에도 각 섬의 주민들이 새 규칙을 확인하도록 공개 점검일을 정했다. 자신의 명령과 잘못된 보고 과정도 숨기지 않고 함께 남기기로 했다.

둥글에게 보낼 기록 상자는 전보다 두꺼워졌다. 반짝이의 보고도 그 안에 있었다.

금오는 아이들에게 잠시 더 머물며 축하 식사에 참석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노을은 토리를 본 뒤 대답했다.

“집에서 기다려요. 다음에 와도 돼요?”

“물론이다. 다음에는 수리하러 오지 않아도 좋겠구나.”

별등 앞 정박지에는 아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돌아가는 길도 먼저 점검한 뒤였다.

반짝이는 작은 가방을 들고 나왔다. 노을은 당연히 함께 내려갈 거라고 생각했다가, 가방이 자기 짐을 담은 것이 아니라 노을에게 줄 꾸러미라는 걸 알아차렸다.

반짝이가 말했다.

“나는 며칠 더 여기 있을래.”

노을의 손이 가방 끈 위에서 멈췄다.

반짝이는 급히 말을 보탰다.

“너희랑 가기 싫어서가 아니야. 담당 별지기랑 다시 배울 것도 있고, 내 방도 직접 정리하고 싶어. 내가 돌아오려고 한 곳이 어떤 곳인지, 이번에는 도망갈 생각 없이 보고 싶어.”

노을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 이해했는데도 조금 서운했다. 어깨가 갑자기 비어 버린 것 같았다. 반짝이를 집에 데려다주는 것이 여행의 목적이었는데, 정말 도착하자 붙잡고 싶어지는 마음이 이상했다.

노을은 그 마음까지 말하기로 했다.

“함께 내려올 줄 알았어. 그래서 조금 서운해. 하지만 네가 여기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건 좋아.”

반짝이는 꾸러미를 내밀었다. 안에는 별등의 창가에서 자란 작고 둥근 씨앗 세 알이 있었다.

“땅에서도 자란대. 밝은 창가에 두면 싹이 난다고 했어. 매일 빛을 먹여야 하는 건 아니고, 물은 조금씩.”

토리가 끼어들었다.

“빛을 먹는 식물인데 물도 먹네. 반짝이보다 식사 종류가 많아.”

반짝이가 웃었다.

노을은 씨앗을 빈 깡통에 넣었다. 안에서 귀환표와 연필심이 함께 굴렀다.

“언제 올 거야?”

“정리할 일이 끝나면 먼저 편지할게. 이번에는 떨어져서 가지 않고 길로 갈 거야.”

“그럼 부두로 마중 갈게.”

반짝이는 고개를 저었다.

“처음 만난 바닷가에서 만나고 싶어. 내가 네 집을 찾아갈 수 있는지도 해 보고 싶고.”

노을은 잠깐 생각하다 손을 내밀었다.

“길을 잘못 들면 끼룩한테 물어봐. 대신 직접 본 건지 들은 건지 꼭 확인해.”

반짝이는 노을의 손바닥에 내려앉았다. 둘은 서둘러 작별하지 않았다. 토리도 옆에서 기다렸다.

토리는 가방에서 작은 지도를 꺼냈다. 큰 지도 전체를 줄인 것은 아니었다. 바닷가에서 마을로 올라오는 돌계단과 두 집, 그리고 여전히 조금 큰 빵집이 그려져 있었다. “처음 오는 손님용이야. 모르는 골목은 안 넣었어. 꼭 필요하면 가게에서 물어보면 돼.”

반짝이는 지도를 받아 자기 가방에 넣었다. 접는 방향을 두 번 바꾸자 토리가 도와주려 했지만 별은 스스로 해 보겠다고 했다. 이번에는 젖은 몸을 말려 주기를 기다리는 친구가 아니라, 어디로 갈지 정하고 짐을 챙기는 여행자였다. 노을은 손바닥에 남은 따뜻한 빛을 내려다보았다.

관리 별은 멀리서 기다리고 있었다. 반짝이는 잠깐 그쪽을 보았다가 다시 노을에게 돌아왔다. 노을은 그 움직임이 어느 쪽을 택할지 망설이는 것이 아니라 두 곳에 인사할 시간이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별에게 돌아온 자리가 생긴 것을 서운해하지 않으려 애쓸 필요는 없었다. 서운하면서도 기쁠 수 있었다.

여울이 아리의 탑승 자리가 준비됐다고 알려 주었다. 토리는 먼저 가방을 챙기고 두 친구에게 조금 더 시간을 주었다. 노을은 무슨 멋진 말을 남겨야 할 것 같았지만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 방문할 때는 빵을 못 먹는다는 설명을 다시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반짝이는 노을의 목수건 끝을 한번 건드렸다. “나는 네가 손을 내밀 때 바로 잡아도 되는지 물어보던 날을 기억해. 다음에는 내가 길을 찾아가서 문을 두드릴게.” 노을은 고개를 끄덕였다. 돌아오라는 부탁과 지금 머물겠다는 대답이 다투지 않고 같은 자리에 놓였다.

토리가 조금 떨어진 곳에서 두 친구를 불렀다. 노을은 반짝이를 손바닥에서 천천히 놓아주었다. 별은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자기 힘으로 난간 가까이 올라갔다. 노을은 그 모습을 끝까지 본 뒤 돌아섰다. 어깨는 가벼웠고 가방 속 깡통에서는 씨앗 세 알이 작은 소리를 냈다.

36화 — 먼저 돌아가는 친구와 남는 친구
36화 — 먼저 돌아가는 친구와 남는 친구

아리가 몸을 낮췄다.

노을이 등에 올라탄 뒤 돌아보자, 반짝이는 별등의 난간 위에 떠 있었다. 관리 별 옆에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높은 곳에서 혼자 떨어져 나오던 빛은 이제 스스로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돌아오는 길은 나흘이 걸렸다.

얼음협곡에서 뒤뚱은 썰매를 태워 주겠다고 했고, 설아는 오늘 갈 거리부터 먼저 설명했다. 말랑은 돌려줄 도구를 바로 창고에 가져다 놓는 바람에 작별 인사가 조금 늦었다.

협곡 숙소에서 마지막 수프를 먹을 때 뒤뚱은 반짝이 몫의 창가 자리를 습관처럼 비워 두었다. 노을이 별은 조금 더 머문다고 말하자 뒤뚱은 다음번에 찾아오면 쓰면 된다며 방석을 옆에 놓았다. 빈자리가 잘못 놓인 물건처럼 급히 치워지지 않아 노을은 마음이 편했다.

말랑은 도구를 돌려준 표시가 붙은 종이를 보여 주었다. 토리가 자랑하려고 가져왔느냐고 묻자 말랑은 조금 그렇다고 솔직히 말했다. “이번에는 까먹기 전에 끝냈어. 앞으로 한 번도 안 잊는다고는 못 하지만 오늘 한 것은 말할 수 있지.” 노을은 오늘은 잘 보았다고 답했다.

산기슭 돌집에 이르자 토리는 창가부터 찾았다. 맡겨 둔 돌 세 개가 그대로 있었다. 그림과 무늬를 비교한 뒤 가장 작은 것 하나만 가방에 넣었다. 나머지 두 개는 돌집 주인에게 종이를 누를 때 써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모두 가져가야 기억이 남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설아는 남긴 돌에 아직 이름이 없느냐고 물었다. 토리는 하나는 기다린 돌, 하나는 돌아온 돌이라고 하겠다고 말했다. 노을이 둘 다 기다리고 있었는데 왜 이름이 다르냐고 하자, 토리는 자기가 돌아와서 보았으니 하나쯤은 돌아온 돌이어도 된다고 했다. 설아는 마음대로 정한 기념품 이름에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꽃잎숲으로 내려가는 길에는 분홍빛이 조금씩 다시 늘어났다. 올라갈 때 사라지던 색들이 반대 순서로 나타났다. 노을은 같은 길을 되짚어도 다른 풍경처럼 느껴졌다. 설아와 인사를 나눈 뒤 두 친구는 숲에서 맡겨 둔 종이와 정원 친구들을 만나러 걸었다.

꽃잎숲의 울타리는 전보다 낮아져 있었다. 몽실은 나무 수레를 잠시 타고 오다가 자기 뜻으로 내려 걸었다. 초롱의 장식 앞에는 작은 팻말이 생겼다.

‘구경하는 길은 오른쪽. 부두로 가는 길은 왼쪽.’

토리는 두 길을 모두 지도에 그렸다.

등대에서는 둥글의 기록장 뒤쪽이 더 이상 비어 있지 않았다. 해루가 바꾼 부품과 루온이 고친 관, 몽글이 쉰 시간까지 적혀 있었다. 불씨는 자신이 작업하는 작은 불꽃을 보여 주려다가, 손님이 밥을 먹은 뒤에도 보여 줄 수 있다는 걸 깨닫고 먼저 식탁에 앉았다.

불씨의 자리에는 작은 유리구슬이 놓여 있었다. 완전히 둥글지는 않았지만 햇빛을 받으면 안쪽이 맑게 보였다. 불씨는 한쪽이 조금 납작해져 굴러가다 멈춘다고 설명했다. 토리는 책상 위에서 도망가지 않는 구슬이라며 그 모양을 좋아했다. 불씨는 두 번째 것은 더 둥글게 만들어 보고 싶다고 말했다.

굴러가다 멈추는 불씨의 첫 유리구슬
굴러가다 멈추는 불씨의 첫 유리구슬

몽글은 대야 안에서 창밖 바다를 보고 있었다. 저녁에는 자기 웅덩이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했다. 노을은 집순이가 보낸 답을 전해 주었다. 해초가 많이 밀려오는 날에는 전부 한꺼번에 쓸지 않고 마당 길부터 비운다는 이야기였다. 몽글은 자기 웅덩이에도 시험해 볼 곳이 있다고 말했다.

해루는 완성한 배 모형을 보여 주었다. 돛은 하나뿐이었지만 처음 보았을 때의 빈 기둥이 아니었다. “등대 일이 다 끝나서 만든 건 아니야. 쉬는 시간에 조금씩 달았어.” 노을은 그 말이 좋아서 돛을 가까이 보았다. 토리는 로코에게 보여 주면 돛을 세 개 더 달자고 할지도 모른다고 웃었다.

둥글은 기록종에 목소리를 남긴 관리인이 무사히 피신했다는 확인이 왔다고 알려 주었다. 자세한 경위는 본인의 설명을 더 받아 기록하기로 했다. 노을은 끊긴 소리 뒤를 혼자 무서운 장면으로 채우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길게 숨을 내쉬었다. 토리는 새로 들은 답을 질문지의 빈칸 옆에 적었다.

떠날 때 둥글은 채워 온 공책을 받아 펼쳤다. 아이들은 원래 지도는 집으로 가져가고 새로 적은 관찰과 그림을 기록실에 남겼다. 둥글은 반듯한 글씨만 골라 옮기지 않겠다고 했다. 노을은 언제 고쳤는지 보이는 기록이 다음에 오는 친구에게도 도움이 되기를 바랐다.

로코는 붉은절벽까지 배를 몰았다. 양손에는 단단이 준 장갑을 끼고 있었다. 항구에서 삐약은 딸랑이를 흔들지 않고 큰 깃발로 인사했다. 그믐은 “편지는 전달됐어”라는 말부터 했고, 단단은 열린 길 옆에서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점검표를 붙이고 있었다.

마지막 바닷길에서 집순이가 기다렸다.

“마당 앞에서 먼저 부르라고 했는데, 오늘은 내가 먼저 나왔네.”

집순이는 새 해초 솔을 들어 보였다. 은솔은 그 옆에서 가방을 고쳐 메었다. 이번 가방에는 한 방향으로 가는 우편만 들어 있었다.

집이 보이자 노을은 걸음을 빨리했다. 그러다 대문 앞에 선 엄마를 보자 아예 달리기 시작했다.

엄마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기 전에 노을을 안았다. 노을의 코가 엄마의 어깨에 눌렸다. 익숙한 옷 냄새가 났다.

“잘 다녀왔어.”

노을이 말하려던 문장은 그것이었다. 그런데 실제로 나온 말은 달랐다.

“많이 보고 싶었어.”

엄마는 대답 대신 등을 한 번 더 쓸어 주었다.

토리의 아빠는 대문 옆에서 지도장을 받아 들었다. 길게 붙인 종이가 땅에 닿을 뻔했다.

36화 — 대문 앞에서 엄마에게 안기다
36화 — 대문 앞에서 엄마에게 안기다

“우리 집은 이번에도 바다에 있니?”

“아니. 이제 육지에 있어. 지붕도 그렸어.”

“그럼 우선 그 집에 들어가자. 밥은 지도에서 못 먹으니까.”

두 집의 저녁 식사는 늦게 끝났다. 신나는 이야기 중간에 무서웠던 일이 나왔고, 웃긴 이야기 다음에 미안했던 일이 나왔다. 부모님들은 서둘러 잘했다고 말하지 않고 끝까지 들었다.

노을은 처음에는 빵집에서 시작해 순서대로 말하려 했다. 그러나 엄마가 목수건 끝의 작은 매듭을 묻자 이야기는 붉은 아치로 건너갔다. 토리는 지도에서 그 자리를 찾아 주다가 자신이 잘못 그린 숲길도 설명했다. 아빠는 틀린 선을 왜 남겨 두었는지 물었고 토리는 고친 과정을 보여 주고 싶었다고 답했다.

식탁 위에는 종이와 빈 그릇이 함께 놓였다. 엄마가 이제 그릇부터 치우자고 하자 노을은 아직 이야기가 남았다고 말했다. 엄마는 치우면서도 들을 수 있다고 했다. 여행을 다녀왔어도 접시를 부엌으로 가져가는 일은 그대로였다. 노을은 가벼운 그릇을 포개 들고도 말을 이어 갔다.

노을은 식탁 의자 한쪽이 여전히 조금 흔들린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다리 밑에 끼웠던 종이가 낡아 있었다. 엄마는 바꾸려고 꺼내 둔 새 종이를 가져왔다. 노을은 토리의 지도가 아닌 빈 종이를 접어 받쳤다. 집을 떠날 때 남겨 둔 작은 불편을 돌아와 다시 손보는 일이 이상하게 반가웠다.

엄마는 하늘에서 가장 큰 것이 무엇이었느냐고 물었다. 노을은 처음에는 아리라고 답했다가, 밤하늘 전체에 이어진 여우 모양 빛을 설명했다. 두 팔을 벌려도 부족했다. 토리는 내일 햇빛이 있을 때 그림으로 보여 주겠다고 했다. 두 친구가 같은 장면의 서로 다른 부분을 기억하고 있었다.

반짝이가 남았다는 이야기를 할 때 노을의 목소리는 조금 작아졌다. 엄마는 함께 내려올 줄 알았느냐고 물었다. 노을은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지금은 자기 방을 보고 싶대. 나도 집에 와서 내 방을 보고 싶었으니까 알 것 같아.” 엄마는 그 말 뒤에 다른 설명을 덧붙이지 않았다.

토리와 아빠가 돌아가고 문이 닫히자 집 안에는 익숙한 소리들만 남았다. 물을 끓이는 소리, 그릇을 놓는 소리, 엄마가 창문을 닫는 소리였다. 노을은 가방을 방으로 가져가며 내일은 늦게 일어나도 되느냐고 물었다. 엄마는 빵 심부름 시간만 잊지 말라고 답했다.

잠자리에 들 때 노을은 습관처럼 의자 위에 작은 방석을 놓았다. 반짝이는 없었다. 노을은 잠깐 방석을 보다가 창가로 옮겼다.

그 옆에 씨앗을 심은 화분을 두었다.

며칠 동안 노을은 보통의 하루를 보냈다. 빵 심부름을 했고, 토리와 다투기도 했고, 정리하지 않은 가방 때문에 엄마에게 불려 가기도 했다. 가끔 어깨를 돌아보는 버릇은 남아 있었다.

토리는 지도를 한 장 더 그렸다. 이번 지도에는 길뿐 아니라 쉬어 갈 집이 표시돼 있었다. 모르는 곳은 여전히 점선이었다. 노을은 그 빈칸을 보고 예전처럼 불안해하지 않았다.

어느 날은 토리가 새 지도에 빵집을 또 크게 그려 노을과 말다툼했다. 노을은 집 앞 길이 작아져 처음 오는 친구가 헷갈리겠다고 했다. 토리는 중요한 곳을 크게 그린 것이라고 버텼다. 둘은 잠깐 서로 다른 쪽을 보다가 결국 손님용 지도와 자기 추억용 지도를 따로 그리기로 했다.

씨앗을 심은 화분에는 며칠 동안 아무 변화도 없었다. 노을은 물을 더 주고 싶어 하다가 받은 쪽지를 다시 읽었다. 기다리는 동안 작은 이름표를 만들고 창가 먼지를 닦았다. 토리는 싹이 나면 바로 불러 달라고 했다. 이번에는 직접 보고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새싹을 기다리며 준비해 둔 작은 이름표
새싹을 기다리며 준비해 둔 작은 이름표

노을은 반짝이가 앉았던 방석을 낮은 창가에 두었다. 엄마가 자리를 바꿔야 하느냐고 물으면 괜찮다고 했다. 가끔 방석을 보며 말을 시작했다가 작은 별이 없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럴 때는 하고 싶었던 말을 짧게 적었다. 나중에 만나서 전부 읽을지, 그냥 다른 이야기를 하게 될지는 몰랐다.

토리는 아빠와 길게 늘어난 원래 지도를 다시 펼쳤다. 새 종이로 옮기지 않은 얼룩과 지운 자국도 함께 남았다. 아빠가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을 묻자 토리는 한참 고르지 못했다. 결국 바닷가의 작은 점을 가리켰다. 처음에는 별인지도 몰랐던 점이었다.

노을은 여행 가방을 다 비운 뒤 찌그러진 깡통을 선반에 놓았다. 씨앗은 화분으로 옮겼지만 귀환표와 짧은 연필심은 안에 남아 있었다. 뚜껑을 닫으면 여전히 작은 소리가 났다.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노을은 돌아온 길이 끝나도 친구에게 갈 길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두 주 뒤 아침,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끼룩이 편지를 물고 있었다.

“직접 받은 편지야! 이번에는 내가 내용을 짐작해서 전하지 않을 거고. 다만 봉투 밖에 날짜가 적혀 있어서 오늘이라는 건 봤어.”

노을은 신발을 신다가 편지부터 펼쳤다.

‘오늘 낮 배로 내려갈게. 바닷가에서 만나자. 반짝이.’

토리가 옆집 창문을 열었다.

“왔어?”

“왔어!”

둘은 빵집에 들른 뒤 바닷가로 갔다. 토리는 종이봉투를 두 번 확인했다. 노을은 처음 반짝이를 발견했던 바위 앞에서 멈췄다.

물은 잔잔했다. 낯선 별이 빠져 있던 웅덩이에는 작은 물고기 두 마리가 있었다.

“이번에는 저기서 꺼내 줄 필요는 없겠네.”

토리가 말했다.

그때 뒤쪽 돌길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그랬으면 내가 조금 곤란했을 거야. 오늘은 천을 새로 빨았거든.”

반짝이가 다가왔다. 작은 가방을 메고, 안전하게 정해진 길을 따라 스스로 도착한 모습이었다.

노을은 뛰어가다가 바로 앞에서 걸음을 줄였다.

“길 안 헷갈렸어?”

“빵집 그림이 너무 커서 잠깐. 그래도 집이 바다에 있지는 않더라.”

토리가 억울한 듯 지도를 펼쳤다.

“이제 그 이야기는 그만해도 되지 않아?”

반짝이는 웃으며 노을의 어깨 가까이 왔다.

“오늘도 여기 앉아도 돼?”

노을은 목수건을 조금 눌러 자리를 만들었다.

“응. 그런데 집에 가기 전에 빵부터 나눌 거야.”

토리가 봉투를 열었다. 따뜻한 냄새가 바닷바람에 섞였다. 노을은 빵 하나를 반짝이에게 내밀려다가, 이번에는 잊지 않고 멈췄다.

반짝이가 말했다.

“냄새는 이쪽으로 조금만 더 보내 줘.”

노을과 토리는 빵을 반으로 나눴다. 반짝이는 두 조각 사이로 몸을 기울였다.

다시 만난 세 친구가 바닷가에서 빵 냄새를 나누는 장면
다시 만난 세 친구가 바닷가에서 빵 냄새를 나누는 장면

멀리서 집으로 돌아오라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빵 식겠다!”

“이미 먹고 있어!”

노을이 대답했다.

세 친구는 돌길을 따라 나란히 움직였다. 반짝이는 집 앞에 도착하자 문을 두드렸다.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동안 작은 가방을 고쳐 멨다.

엄마가 고개를 내밀었다.

반짝이가 환하게 빛났다.

“다녀왔어요.”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