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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PICK COMIC / 01

열쇠를 돌려주는 방법

웹툰 1화 · 22컷

  1. 22컷 중 1컷

    서린이 오래된 유리 온실의 바깥에서 손잡이를 잘못 당긴다. 문 안쪽의 태오는 사다리를 붙잡고 있다.

    한서린은 꽃이 죽었는지 확인하기 전에, 사진에서 치우는 법부터 배웠다. 11월 6일 금요일, 오늘은 온실 식물을 세고 사진 찍는 일. 다섯 시에 끝내면, 여섯 시의 호텔 꽃장식 일도 할 수 있었다.

    문에 붙은 종이정리 예정 / 닫힌 문을 두드려 주세요

    태오그 문, 밀어야 열려요.

  2. 22컷 중 2컷

    서린의 손이 수량표에 서명을 마친다. 연필의 끝에서 가늘게 올라간 잎 모양 획이 보이고, 작업대 건너 태오가 서 있다.

    살아 있는 꽃을 맡아본 적은 없었지만, 아침 전화에는 오래 다뤄봤다고 했다. 서린은 수량표에 이름을 적었다. 마지막 획을 잎처럼 올리는, 어릴 때부터의 버릇.

    태오윤태오예요. 아침에 통화했고요.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로 장부를 찾는 중인데, 식물 목록도 없어서요.

    수량표의 이름한서린

  3. 22컷 중 3컷

    낡은 화분의 은박지처럼 접힌 봉오리 아래에서 서린의 손이 나무 이름표를 돌린다. 뒤에는 아직 닫힌 다른 봉오리들이 흐릿하게 놓여 있다.

    난방기는 꺼져 있고 온실은 바깥보다 추웠다. 그런데 중앙의 화분 일곱 개에서는 희미한 김이 올랐다. 서린은 첫 이름표를 돌렸다. 꽃 이름치고는 길었다. 사진에 걸리는 공책은 서랍에 치웠다.

    태오그것도 목록에 없어요. 할머니는 마지막 것들이라고만 하셨어요.

    첫 화분의 이름표11월 6일 여섯 시까지 내가 직접 열쇠를 돌려줄게.

    효과음:

  4. 22컷 중 4컷

    해주가 온실 작업대 옆에서 천 가방 손잡이를 양손으로 붙든 채 은빛 봉오리를 본다. 가방 입구에는 보온통 뚜껑이 살짝 보이고 빈 의자가 옆에 놓여 있다.

    오후 4:40. 화분은 스물세 개째였고, 일은 생각보다 늦어졌다. 세 번의 두드림 뒤 들어온 여자는 태오의 검은 상복 바지를 보고 말을 멈췄다. 해주는 그가 가져온 의자에 앉지 않고 첫 화분 앞에 섰다.

    해주문해주라고 해요. 전에 정혜 선생님이 여기 계실 때……

    해주그러셨구나. 아직 안 폈네요.

  5. 22컷 중 5컷

    해주의 성숙한 손 위에 은색 집 열쇠와 닳은 빨간 고무 딸기 고리가 놓여 있다. 손가락은 고리의 매끈한 머리를 만지며 조금 떨리고 천 가방이 아래에 보인다.

    지난주 목요일, 딸은 열쇠를 돌려달라고 했다. 해주는 오늘 여섯 시까지 직접 넣겠다고 약속하고 화분을 맡겼다. 여섯 시가 지나면 딸은 야간 근무를 간다. 해주는 아까도 집 앞에서 돌아섰다. 돌려주면 다음엔 어떻게 들어갈까 싶어서.

    해주딸 집 열쇠예요.

    해주냉장고를 정리했어요. 버리지 말라는 것도 버리고. 서랍도 열었고요. 도와준다고 생각했는데.

  6. 22컷 중 6컷

    서린이 해주가 내민 열쇠를 받는다. 두 사람의 손 사이에 딸기 고리가 매달려 있고, 서린의 다른 손에는 호텔 연락이 온 휴대전화가 낮게 들려 있다.

    오후 5:10. 서린은 시계와 화분을 번갈아 보았다. 쉽게 끝낼 방법 같았다.

    호텔 담당자의 문자여섯 시 맞춰 오시죠? 늦으시면 지금 대체 인력 잡아야 합니다.

    서린제가 대신 넣어드릴까요? 가는 길이면.

  7. 22컷 중 7컷

    은빛 봉오리 가장자리에 가느다란 갈색 균열이 퍼지고, 그 아래에는 펼친 낡은 공책과 가까이 갔다가 멈춘 태오의 손이 보인다.

    봉오리에 갈색 선이 번졌다. 태오가 서랍에서 공책을 꺼냈다. 메모를 읽고도 서린은 믿기 어려웠다. 태오는 봉오리에 손을 대려다가 거뒀다.

    공책 안쪽의 메모꽃은 약속한 행동에 반응했다. 직접 하겠다고 맡긴 일은, 대신해주어도 끝나지 않았다.

    태오아침엔 따뜻했어요.

    효과음:

  8. 22컷 중 8컷

    초록 소매의 서린이 자주색 소매의 해주 손바닥에 은색 열쇠와 빨간 딸기 고리를 돌려놓는다. 뒤의 은빛 봉오리는 닫힌 상태다.

    서린이 열쇠를 돌려놓자 갈색 선이 번지는 것이 멎었다. 납득하기에는 이상했고, 무시하기에는 너무 정확했다.

    해주혼자 다시 가면 또 못 넣고 올 것 같아요.

  9. 22컷 중 9컷

    서린이 휴대전화 경로를 내려다보는 너머로 태오가 누수 아래에서 양동이를 옮기려 한다. 물은 덧댄 비닐 가장자리에서 떨어지고 바닥 일부가 젖어 있다.

    호텔에서 전화가 왔다. 비닐이 더 벌어져 양동이 옆으로 물이 떨어졌다. 지도에 넣어보니 빌라에서 호텔까지 버스로 40분. 또 망설인다면 여섯 시에는 갈 수 없었다.

    태오저는 여기부터 막아야 해서.

  10. 22컷 중 10컷

    서린이 온실 한쪽에서 휴대전화를 귀에 대고 통화한다. 턱에 힘이 들어가 있지만 과장되게 울거나 미소 짓지 않으며 작업대가 뒤로 흐려진다.

    늘 하던 대로 먼저 된다고 말하면 됐다. 서린은 전화를 받았다.

    서린오늘 못 갑니다.

    서린죄송해요. 지금 다른 분 구해주세요.

  11. 22컷 중 11컷

    온실 안에서 통화를 마친 서린이 해주를 바라본다. 두 사람은 서로의 손을 잡지 않고 떨어져 서 있다.

    통화가 끝나고 일정표에서 금액이 사라졌다. 서린은 휴대전화를 뒤집었다. 남은 화분 사진은 내일 찍기로 했다.

    서린같이 걸어갈게요. 넣는 건 직접 하시고요.

  12. 22컷 중 12컷

    정류장 앞에서 해주가 보온통을 넣은 천 가방을 닫는다. 문자를 확인하고 휴대전화를 돌려준 서린이 옆에서 기다린다.

    정류장 앞, 해주는 따뜻한 무 조림을 문 앞에 두고 싶어 했다. 서린은 딸의 요청과 해주의 답을 다시 확인했다.

    딸의 이전 문자열쇠는 11월 6일에 우편함에만 넣어줘. 그날은 만나지 말자.

    해주의 이전 답장알았어. 11월 6일 여섯 시까지 내가 직접 넣고 갈게.

    해주집에 가져가야겠네요.

  13. 22컷 중 13컷

    우편함 앞에서 해주가 열쇠를 쥔 채 살짝 위를 본다. 기대하던 표정이 조심스러워지고, 서린은 뒤에서 기다린다.

    버스를 놓친 둘은 걸었다. 오후 5:54, 빌라 앞. 해주가 우편함 틈을 짚었다 뗐다 하는 동안 2층에서 그릇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해주저 소리 나면 밥 먹는 건데.

    해주옆집일 수도 있겠네요.

  14. 22컷 중 14컷

    해주가 오른손의 은색 열쇠와 빨간 딸기 고리를 우편함 투입구에 넣는다. 서린은 두 걸음 떨어져 기다린다.

    해주는 직접 열쇠를 넣었다.

    효과음: 달그락

  15. 22컷 중 15컷

    해주가 열쇠를 반환한 뒤 휴대전화를 내려다본다. 뒤의 빌라 문은 닫혀 있고, 서린은 조용히 기다린다.

    오후 5:58에 보낸 문자. 답장 뒤에 다른 말은 없었다. 문도 열리지 않았다.

    해주가 보낸 문자넣었어

    딸의 답장응. 다음에 내가 연락할게.

  16. 22컷 중 16컷

    서린이 골목을 앞서 걷고 해주가 천 가방을 들고 뒤따른다. 빌라 입구는 뒤에 남아 있고 둘은 돌아보지 않는다.

    서린이 먼저 걸었고, 해주가 뒤따랐다. 둘 다 뒤돌아보지 않았다.

    해주오늘 저녁은 반찬이 많겠어요.

  17. 22컷 중 17컷

    돌아온 서린 너머로 태오가 사다리 아래 앉아 있다. 작업대 첫 화분에는 은색 꽃이 피었고 태오는 사진을 찍은 휴대전화를 들고 있다.

    온실로 돌아왔을 때. 태오는 사다리 아래에 앉아 있었다.

    태오다섯 시 오십팔 분. 그때 폈어요. 그래서 사진을 찍었어요.

  18. 22컷 중 18컷

    낡은 화분의 줄기에 은색 꽃잎 다섯 장이 둥근 빈 구멍을 둘러싸고 피어 있다. 꽃 아래에는 작은 온도계가 놓여 있다.

    은색 꽃잎 다섯 장. 가운데는 작고 둥글게 비어 있었다. 꽃 아래 온도계는 9도, 아침에는 4도였다.

  19. 22컷 중 19컷

    해주가 온실 작업대 위에 보온통을 조심스럽게 내려놓는다. 옆에는 은색 꽃이 피어 있고 천 가방은 해주의 팔에 걸려 있다.

    해주는 꽃 앞에 손을 펴 보았다. 은빛이 희미하게 비쳤다. 꽃을 꺾어가겠다는 말 대신, 가방에서 보온통을 꺼냈다.

    해주이건 두 분 드세요. 딸한테는 안 가져갔다고, 누가 물어보면 말해주시고.

  20. 22컷 중 20컷

    서린이 휴대전화 일정표를 확인하며 태오에게 대답한다. 작업대 안쪽에는 작은 닫힌 봉오리와 뒤집힌 나무 이름표가 놓여 있다.

    남은 봉오리는 여섯 개. 태오가 그릇을 찾는 동안 서린은 내일 일정표를 열었다. 오전은 비어 있었다. 오후 일까지 취소할 필요는 없었다.

    태오내일 사진 정리 마저 할 수 있어요? 내일 일한 시간은 따로 계산할게요.

    서린아홉 시부터 열두 시까지요.

  21. 22컷 중 21컷

    서린의 손끝이 작은 봉오리 아래의 낡은 나무 이름표를 돌린다. 마모된 가장자리와 어린 필체를 연상시키는 연필 끝의 잎 모양 곡선이 클로즈업된다.

    작은 화분을 찍으려고 뒤집힌 이름표를 돌렸다. 아침에 쓴 것과 같은 잎 모양 끝획. 그런데 글자는 더 크고 삐뚤었다.

    작은 화분의 이름표내일은 내가 문을 열게.

    그 아래 적힌 이름한서린.

  22. 22컷 중 22컷

    성인 서린이 온실 안쪽에서 입구의 오래된 키 눈금과 손잡이를 바라본다. 문은 닫혀 있고 눈금 하나 옆에 작은 연필 잎 자국이 남아 있다.

    문 안쪽에 아이 키를 재던 눈금이 있었다. 그 옆에도 같은 잎. 문은 안에서는 당겨야 열렸다. 두 손으로 손잡이를 붙들고 온몸을 뒤로 기울이던 감각이 떠올랐다. 저 문이 자기보다 훨씬 무거웠을 때의 감각.

    서린의 생각그런데 그때, 문 반대편에 누가 있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