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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 02

수리하지 못한 지붕

봄이 오지 않는 온실 · 2화

사진 속에서는 물이 새지 않았다.

11월 7일 토요일, 아침 아홉 시. 서린은 휴대전화를 조금 오른쪽으로 기울였다. 양동이가 화면 밖으로 나가자 온실은 전날보다 살 만한 곳처럼 보였다. 작업대의 은색 꽃에는 빛도 잘 들었다.

“그 사진이면 되겠네요.”

태오가 말했다. 서린은 전송 버튼 위에 손가락을 올렸다가 받는 사람을 물었다.

“설비 가져가실 분이요. 상태를 먼저 보내기로 했어요.”

그는 난방기 위에서 서류 봉투를 가져왔다. 봉투 아래에 눌려 있던 검은 플러그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오랫동안 꽂히지 않은 플러그였다.

서린은 사진을 보내지 않고 화면을 껐다.

봉투 안에는 온실을 칸칸이 나눈 그림이 있었다. 철제 선반, 재배대, 난방기. 연필로 동그라미를 친 물건마다 번호가 붙어 있었다. 오른쪽 위에는 볼펜으로 날짜가 적혀 있었다.

설비 인수 11월 14일, 토요일 오전 열 시.

“다음 주네요.”

“일주일이요. 목요일에 여기 와서 상태 확인하고 금액을 확정하기로 했어요. 사진은 내일 저녁까지.”

“저 화분들도 가져가요?”

“식물은 빼고요. 살아 있는 건 옮길 곳을 찾아야 해요.”

서린은 가장 안쪽 화분을 보았다. 어제 돌려놓은 이름표는 여전히 글씨를 바닥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자기 이름을 다시 확인하고 싶었지만, 태오가 내민 종이에는 오늘 세어야 할 물건이 적혀 있었다. 서린은 맨 위에 시작 시각을 썼다.

09:00. 남은 식물 촬영. 열두 시 종료.

“제가 전에 여기 왔을 수도 있어요. 이름표 글씨를 보니까.”

태오는 선반에서 빈 상자를 내리다 멈췄다.

“할머니가 아이들한테 화분 만드는 걸 가르친 적은 있어요. 명단이 있는지 찾아볼게요.”

그 이상 물으면 지금은 대답 대신 다른 이야기가 생길 것 같았다. 서린은 휴대전화에 남은 배터리를 확인했다. 칠십이 퍼센트였다.

작업대 아래 온도계는 여덟 도를 가리켰다. 어제 꽃이 핀 뒤 아홉 도까지 올랐다고 태오는 말했다. 서린이 출입문 옆으로 온도계를 옮겨두고 다른 화분 두 개를 찍는 동안, 빨간 선은 여섯 도로 내려왔다.

“난방기를 켜면 좀 나을 텐데요.”

태오는 먼지 낀 연료통의 눈금을 두드렸다. 바닥이었다.

“기름 넣는 것부터 돈이 들어요.”

그가 작업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저게 전부 피면, 난방비는 안 들지 않을까요. 그 돈으로 지붕을 고치고.”

서린은 대답할 만큼 꽃을 알지 못했다. 대신 양동이를 보았다. 아까 없던 물방울이 비닐 끝에 매달려 있었다. 방울은 길게 늘어졌다가 양동이 바깥으로 떨어졌다.

태오가 비닐을 더 당겨보겠다고 사다리를 가져왔다. 서린은 다리를 잡으려다 바닥의 젖은 자국을 밟았다. 작업화 밑창이 손가락 한 마디만큼 미끄러졌다.

“잠깐만요. 이거부터 닦고요.”

태오는 사다리에 발을 올리지 않았다. 둘이 물을 닦는 동안 서린은 아까 잘라낸 부분을 다시 찍었다. 비닐 아래로 갈라진 유리 가장자리와 검게 변한 프레임이 함께 들어왔다.

태오의 휴대전화에는 정혜와 나눈 대화가 남아 있었다. 사진 속 지붕은 지금보다 얼룩이 작았다. 그 아래에 수리 업체 연락처가 있었다.

“전에 연락은 하셨어요?”

“견적만요. 시간이 맞는 날 보자고 했는데.”

다음 문장은 나오지 않았다. 태오는 화면을 위로 밀었다. 날짜를 넘기는 손끝이 같은 곳에서 두 번 멈췄다.

전화를 받은 업체는 사진을 새로 보내달라고 했다. 서린이 찍은 사진 세 장을 본 뒤, 사다리에 올라 유리를 건드리지 말라고 말했다. 오늘 오전에 와서 임시 덮개를 고정하는 비용은 이십칠만 원. 프레임 교체는 상태를 보고 따로 견적을 내야 했다.

“그 돈 주고도 다 고치는 건 아니네요.”

태오가 스피커를 끈 뒤 말했다.

서린은 젖은 걸레를 양동이 가장자리에 걸었다. 금방 물이 다시 고였다.

“덮개는 물을 밖으로 보내는 거고, 저건 갈라진 데를 고치는 거라서요.”

설명하고 나니 자기가 업체 사람처럼 들렸다. 서린은 덧붙였다.

“저도 방금 들었어요.”

태오는 웃지 않았지만, 다시 사진에서 양동이를 빼달라고 하지는 않았다.

서린이 두 번째 화분에 수량표 번호를 붙이려 하자 그의 손이 먼저 나왔다. 이름표를 돌리지 말라는 손인지, 자기가 돌리겠다는 손인지 알 수 없었다. 둘의 손끝 사이에서 마른 잎 하나가 부러졌다.

“제 거예요.”

이번에는 태오가 이름표를 돌렸다.

할머니 살아 계실 때 지붕을 고쳐드릴게요.

그 아래에는 윤태오라는 이름이 있었다. 반듯한 글씨인데 ‘때’ 자만 두 번 눌러 썼다.

“나 죽고 고치지 말라고 하셨어요. 저는 또 그런 말씀 하신다고 웃었고요.”

태오는 이름표 모서리를 손바닥으로 가렸다.

“그럼 적어두라고. 제가 직접 적었어요. 겨울 오기 전에 사람을 부르면 되는 거였는데.”

서린은 고치면 되죠, 하고 말할 뻔했다. 전화번호도 있고, 오늘 올 수 있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문장에서 지붕 앞에 붙은 부분은 전화로 부를 수 없었다.

태오는 갈색 봉오리를 작업대의 따뜻한 쪽으로 옮겼다. 은색 꽃 옆에 나란히 놓고 손등을 가까이 대보았다. 봉오리는 열리지 않았다.

“오늘 수리하는 걸 보면……”

그는 누가 본다는 것인지 말하지 않았다. 서린도 문장을 끝내주지 않았다.

열 시 십 분. 업체에서 주소 확인 문자가 왔다. 태오가 송금 화면을 열었다. 금액을 입력한 뒤 잔액을 보는 시간이 길었다. 그가 확인 버튼을 누르자 이십칠만 원이 줄어들었다. 화분에서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작업자는 열 시 반에 왔다. 들고 온 긴 덮개를 설치하는 동안 둘은 지정한 자리 밖으로 물러났다. 물방울이 떨어지던 자리에는 굵은 관 끝이 놓였고, 지붕 위의 젖은 소리는 온실 바깥으로 옮겨갔다.

“이건 며칠 버티는 조치예요. 프레임은 교체해야 합니다.”

작업자는 사진에 선을 그어 보내주었다. 태오는 그 사진을 설비 인수 서류 위에 올려놓았다. 덮개 작업 영수증도 옆에 두었다. 어느 쪽도 꽃 아래로 밀어 넣지 않았다.

바닥이 마르는 동안 서린은 재배대의 빈칸을 확인했다. 화분 밑을 받치는 오래된 얕은 수로에 가느다란 뿌리가 얽혀 있었다. 끊어진 부분은 종이처럼 납작했고, 첫 화분 아래의 줄기만 손끝에 온기를 남겼다.

공책에는 화분 그림보다 수로 그림이 많았다. 태오가 찾은 한 장에는 날짜별 온도가 적혀 있었다. 세 송이가 핀 날에도 끊어진 수로 건너편은 계속 차가웠다. 다음 페이지의 짧은 문장 옆에 갈라진 뿌리 하나가 눌려 있었다.

꽃이 핀 뒤 뿌리의 온기가 나왔다. 다 쓰고 난 뿌리는 다시 데워지지 않았다.

태오는 첫 화분 옆 온도계를 집어 들었다. 서린은 오래된 수로 전체를 사진에 넣었다. 따뜻한 부분과 끊어진 부분이 한 화면에 들어왔다.

“사진을 이렇게 보내면, 값이 더 내려갈 수도 있겠죠.”

그가 물었다. 서린은 휴대전화를 태오 쪽으로 돌렸다.

“저는 상태를 좋게 찍는 건 할 수 있어요.”

말을 하고 보니 어제 아침 통화와 비슷했다. 서린은 화면을 좁히지 않고 다음 말을 골랐다.

“상태를 좋게 만드는 건 못 하고요.”

태오는 사진을 한 장씩 넘겼다. 마지막에는 서린이 처음 찍었던 은색 꽃이 있었다. 그는 꽃 사진만 빼고 설비 담당자에게 보냈다. ‘누수 부위와 재배대 하부입니다. 오늘 임시 덮개 설치했습니다.’

곧 확인했다는 답이 왔다. 그 아래에 새 문장이 붙었다.

하부 상태에 따라 인수 금액 조정 필요합니다. 목요일 현장에서 확인하겠습니다.

태오는 인수 서류의 예상 금액 옆에 물음표를 쳤다. 서린은 양동이가 놓였던 바닥을 찍었다. 바닥은 마르기 시작했지만, 얼룩은 남아 있었다.

열한 시 사십 분, 수량표의 마지막 칸을 채웠다. 공책 사이에서 떨어진 작은 종이봉투를 줍다가 서린은 안쪽에 콩보다 작은 씨앗 하나가 들어 있는 것을 보았다. 봉투에 붙은 두 이름은 모두 선을 그어 지워져 있었다. 찢거나 떼어내지는 않았다.

봉투가 끼워져 있던 페이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둘이 와서 그만하기로 했다. 서로의 말을 다시 확인했다. 꽃은 피지 않았고, 씨앗 하나가 남았다.

서린은 봉투를 다시 그 자리에 끼웠다. 태오는 두 번째 화분을 제자리로 돌려놓았다. 이름표는 아직 글씨가 보이게 두었다.

정오가 되기 조금 전, 태오에게 전화가 왔다.

“네, 맡겨두신 화분은 있어요. 내일 오전 열 시요? 두 분 다 오시는 거죠?”

그는 통화를 마치고 세 번째 화분 아래에서 작은 공연 안내장을 꺼냈다. 접힌 자리에 잉크가 벗겨져 있었다. 11월 8일 일요일 오후 다섯 시. 권유진, 오민서. 세 곡의 이름 밑에 두 사람이 같은 크기로 서명해놓았다.

“내일 공연 전에 찾아가신대요.”

서린은 아홉 시에서 열두 시까지라고 쓴 자기 수량표를 접었다. 다음 날 오전 일정은 비어 있었다. 기록 정리를 한 시간 더 맡길 수 있느냐는 태오의 물음에, 열 시부터 열한 시까지라고 답했다.

입구를 나서며 서린은 작업대를 돌아보았다. 은색 꽃 하나, 여전히 닫힌 봉오리 여섯 개. 공책 속에는 꽃으로 피지 않고 남은 것도 있었다.

그것은 실패한 씨앗일까. 아니면 다른 식으로 끝난 약속일까.

2화의 인물과 단서 다시 보기 · 스포일러 포함

이 회차에서 만난 인물과 단서만 모았어요.

수리비와 약속의 기한
27만 원은 임시 덮개 비용이다. 살아 계실 때 고쳐드리겠다는 약속과 지금의 보수는 같은 일이 아니며, 프레임 교체도 남아 있다.본문의 해당 장면으로 이동
꽃으로 끝나지 않은 기록
정혜의 공책에는 두 사람이 서로 확인하고 약속을 끝낸 뒤 씨앗이 남았다는 기록이 있다. 서린은 아직 그 의미를 질문한다.본문의 해당 장면으로 이동
온실의 현재 상태
꽃 하나와 봉오리 여섯 개. 첫 꽃의 온기는 남아 있지만 누수와 생활비를 해결하지는 않는다.본문의 해당 장면으로 이동

2화 끝

다음 화에서 이야기를 이어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