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 열쇠에는 문을 여는 방향이 적혀 있었다. 오른쪽으로 두 번. 그 아래, 조금 작은 글씨로 누군가 덧붙여 놓았다. 약속은 하지 말 것.
나는 열쇠를 뒤집었다. 뒷면은 깨끗했다. 주의사항이 더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마음에 걸렸다.
문은 한 번만 돌려도 열렸다. 안에서는 빗소리가 났다. 바깥은 사흘째 맑았는데, 유리 지붕 아래로는 가는 물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젖은 흙 냄새 사이로 오래된 종이 냄새가 섞여 들어왔다.
“우산은 거기 두세요.”
목소리는 허리 높이의 화분 뒤에서 났다. 회색 앞치마를 두른 사람이 앉아, 말라붙은 잎에 날짜를 적고 있었다. 나는 우산을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문 옆에는 물이 뚝뚝 떨어지는 검은 우산이 놓여 있었다.
“제가 온다는 건 어떻게 아셨어요?”
그 사람은 잎을 내려놓고 안쪽을 가리켰다. 긴 작업대 위에 작은 화분 일곱 개가 줄지어 있었다. 모두 이름표가 뒤집혀 있었고, 맨 끝 화분에서만 노란빛이 새어 나왔다.
“여기는 누가 오기 전에 먼저 알아요.”
나는 가장 가까운 이름표에 손을 뻗었다. 흙을 헤집지도 않았는데 손가락 끝에 온기가 닿았다. 화분 속에는 꽃 대신 단단히 접힌 봉오리가 하나 있었다. 마치 끝내 보내지 못한 편지처럼.
“돌려보셔도 돼요. 읽지만 않으면.”
당연히 읽고 말았다. 이름이 있을 자리에는 짧은 문장 하나가 적혀 있었다.
내일도 올게.
어디선가 들어본 목소리가 그 문장을 따라 읽었다. 방금까지 내 뒤에 있던 사람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한동안 잊고 있던, 내 목소리였다.
나는 이름표를 다시 뒤집었다. 온실 안의 비가 멎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