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진 등대
등대가 꺼진 지 사흘째였다. 항구에는 배 대신 안개가 들어왔다. 방파제 끝에서는 뱃사람들이 쇠통을 두드렸다. 소리는 물 위로 멀리 가지 못하고 젖은 돌벽으로 돌아왔다.
윤은 관리소 문 앞에서 장화의 진흙을 털었다. 문을 두드리기도 전에 안에서 종이가 나왔다. 별 조각 회수. 관리인 서린의 행방 확인. 두 줄 아래에는 해가 지기 전까지라는 말과, 성공하면 지급할 돈이 적혀 있었다.
“둘 중 하나만 찾으면요?”
관리소장이 펜을 내려놓았다. “별부터 가져와요. 바깥에 배가 셋이나 기다립니다.”
윤은 등대에서 일한 적이 있었다. 다만 별을 다루지는 않았다. 별빛을 받아 바다로 돌려보내는 거울과, 거울을 지탱하는 철제 틀을 고쳤다. 그 일을 그만둔 뒤에도 소장은 고장 난 물건을 보면 윤을 불렀다. 사람을 찾으라는 부탁은 처음이었다.
“서린이 가져간 건 확실합니까?”
소장은 회수 명령서 모서리를 손가락으로 눌렀다. “별이 없어졌고, 그 사람도 없어졌지요.”
등대의 불이 꺼졌다는 말은 정확하지 않았다. 기름등은 탔고, 관리실 난로도 따뜻했다. 다만 수평선까지 빛을 보내던 별 조각의 자리만 비어 있었다. 작은 불로는 항구 앞 암초의 끝을 보여줄 수 없었다.
윤은 빈 받침대를 만졌다. 억지로 뜯은 흔적이 없었다. 고정쇠 여섯 개가 나란히 풀려 있었고, 볼트는 천 위에 크기순으로 놓여 있었다. 운반용 손잡이가 달린 차광함도 사라졌다. 서두르는 도둑이 할 일은 아니었다.
책상에는 식은 차와 항구 지도가 있었다. 바닷길에는 아무 표시도 없었다. 지도의 육지 쪽, 폐쇄된 서쪽 통로에 연필선 하나가 그어져 있었다. 서린은 그 선 끝에 작은 사각형을 그렸다. 윤이 설치한 옛 점검창의 모양이었다.
계단 아래에서 아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윤이 창틀을 두드릴 때마다 따라다니던 신호소의 심부름꾼이었다. 아이는 유리갓이 없는 등을 내밀었다.
“서린 씨가 가져다 달랬어요. 사흘 전에요.”
“왜 이제 가져왔니?”
“아저씨가 마을 밖에 있었다고 해서요. 누구한테 주면 되느냐고 물었는데, 꼭 거울 고치는 사람한테 주래요.”
등 안에는 기름이 가득했다. 심지만 없었다. 윤이 바닥을 기울이자 쇠붙이 하나가 굴렀다. 오래전에 자신이 만든 점검창 열쇠였다. 손잡이에는 작업대에서 잘못 낸 톱자국이 남아 있었다.
등 밑바닥에 접은 종이가 붙어 있었다. 글씨가 물에 번져 마지막 문장만 읽혔다.
위에서 켜지 말고, 아래에서 봐주세요.
윤은 명령서를 접어 안주머니에 넣었다. 아이에게는 항구로 돌아가라고 했다. 아이는 빈 유리갓 자리를 한 번 만지고 등을 놓았다. 윤은 불붙일 수 없는 등을 들고 서쪽 통로로 걸었다.
아래로 향한 빛
서쪽 문은 바깥에서 잠겨 있었다. 새 자물쇠였다. 문에 붙은 폐쇄 안내는 비를 맞아 종이가 부풀었지만, 자물쇠 구멍에는 먼지가 없었다. 윤은 등대 쪽으로 돌아가지 않고 방파제 아래의 점검창을 열었다.
창 안에서 더운 바람이 나왔다. 바깥보다 훨씬 젖은 공기였다. 윤이 등에 줄을 묶어 먼저 내리자, 한참 뒤 낮은 바닥에 닿는 소리가 났다. 그는 난간을 붙잡고 좁은 사다리를 내려갔다.
지하 첫 층에는 서린의 장갑 한 짝이 떨어져 있었다. 손가락 끝에 별가루가 붙어 있었다. 윤은 장갑을 주머니에 넣었다. 먼 곳에서 금속을 세 번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뒤 또 세 번. 관에서 물이 튀는 소리와는 달랐다.
벽을 따라 내려갈수록 바닥이 기울었다. 예전에 자재를 운반하던 선로가 반쯤 물에 잠겨 있었다. 벽에는 지하 각 층을 잇는 낡은 거울들이 남아 있었다. 등대의 별빛을 작업장까지 보내던 장치였다. 윤이 그중 몇 개를 떼어 수리한 적이 있었다.
그때 서린이 말했었다. 아래쪽은 어두워도 괜찮다고 누가 정했느냐고. 윤은 고장 난 부품 목록을 내밀며, 수리비가 승인된 것은 위층뿐이라고 대답했다. 그 뒤로 둘은 같은 곳에서 일하면서도 별로 말을 하지 않았다.
네 번째 층의 난간에 천 조각이 묶여 있었다. 윤이 들고 온 등과 같은 기름 냄새가 났다. 천은 계단의 바깥쪽이 아니라, 벽 안으로 들어가는 좁은 틈을 가리켰다. 그 안에서 가느다란 빛이 새어 나왔다.
서린은 바닥에 앉아 깨진 거울을 손으로 붙잡고 있었다. 무릎 아래가 짙게 젖어 있었다. 손등에는 말라붙은 피가 있었고, 얼굴은 빛이 닿지 않는 쪽으로 돌아가 있었다.
“늦었네요.”
윤은 대답 대신 물통을 내밀었다. 서린은 두 모금만 마시고 뚜껑을 닫았다. 물통을 자신 옆이 아니라 통로 안쪽에 놓았다.
“별은 어디 있습니까?”
“열 번째 층이요.”
“거기까지 왜 가져갔어요?”
서린은 손을 떼지 않은 채 턱으로 거울을 가리켰다. 윤이 몸을 낮추자 빛 속에 신발 몇 켤레가 보였다. 거울 너머가 아니었다. 통로 끝의 쇠창살 뒤에 사람들이 서 있었다. 한 사람이 손바닥을 펴서 다섯 손가락을 보이고, 접었다가 다시 폈다.
“서쪽 작업반. 서른일곱 명이 들어갔어요. 사흘 전 큰물이 들어왔을 때 안쪽 수문이 내려갔고요.”
“관리소에 알렸습니까?”
“수문에는 사람을 내보내는 손잡이가 없어요. 물을 막는 손잡이만 있지.”
서린은 대답을 마치고 거울을 조금 틀었다. 쇠창살 뒤의 발들이 일제히 움직였다. 윤은 그제야 알았다. 그녀는 길을 밝히는 중이었다. 저편에서 사람 하나가 다가오는 동안, 거울을 붙잡고 빛을 따라가게 하고 있었다.
“지금 별을 빼면 저 아래가 다시 어두워져요.”
윤은 명령서가 든 안주머니를 눌렀다. 종이가 땀에 젖어 몸에 붙어 있었다. 바깥에는 배가 셋이었다. 안에는 사람 서른일곱이었다. 어느 숫자도 다른 숫자를 지워주지는 않았다.
이름이 없는 사람
윤이 거울을 대신 붙잡자 서린은 비로소 손을 폈다. 손바닥 안쪽에 테두리 모양으로 깊은 자국이 나 있었다. 그녀가 들고 온 차광함은 열 번째 층 배수실에 있었다. 별을 그곳에 놓아야 지하를 지나는 거울들이 빛을 받았다.
위쪽은 원래 등대에서 아래를 향하게 만든 장치였다. 서린은 끝에서부터 거꾸로 별빛을 올려 보냈다. 하지만 무너진 구간이 둘 있어서 빛은 네 번째 층의 이 거울에서 끊겼다. 갇힌 사람들은 가까운 쇠창살까지만 나올 수 있었다.
“수문은 어떻게 열죠?”
“열 수는 있어요. 저쪽에서 걸쇠를 빼면.”
“그런데 왜 못 빼는 겁니까?”
서린이 젖은 발목을 조금 움직였다. “걸쇠가 있는 길이 물에 잠겼어요. 빛이 그쪽까지 닿지 않아요. 손을 넣어 찾다가 한 사람이 다쳤고요.”
빛이 닿는 곳과 사람이 지나가야 하는 곳이 달랐다. 윤은 공구 가방에서 얇은 철판을 꺼냈다. 거울의 깨진 테두리를 꺾쇠로 붙들어 벽에 고정했다. 완벽한 각도는 아니었다. 그래도 서린이 처음으로 두 손을 무릎 위에 내려놓을 수 있었다.
“명부는 있습니까?”
서린이 가방에서 장부를 꺼냈다. 종이마다 붉은 선이 그어져 있었다. 작업 취소. 지급 제외. 통로 폐쇄. 맨 뒤의 서른일곱 이름 옆에는 아무 표시도 없었다. 윤은 마지막 이름을 읽었다. 문해조. 관리소에서 사흘 전 퇴근했다고 들은 노인이었다.
“이 사람, 나갔다던데요.”
“나간 걸로 적어야 작업 취소가 되니까요.”
서린은 서류 사이에서 출입표를 꺼냈다. 들어간 시각만 찍혀 있었다. 나온 칸은 모두 비어 있었다. 임시로 쓴 인부들이라 정식 근무표에는 없었다. 소장은 큰물이 들기 전에 작업을 끝내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할 수 있었다. 그 뒤에 누가 남았는지 묻지 않으면 됐다.
쇠창살 건너편에서 소리가 났다. 윤이 가까이 다가가자 노인이 등을 벽에 기대고 앉아 있었다. 한쪽 소매를 찢어 다른 사람의 팔에 묶어준 뒤였다.
“이름이 문해조 씨입니까?”
노인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윤의 얼굴보다 손에 든 장부를 오래 보았다.
“돈 받으러 온 건 아니오.”
“압니다.”
“그럼 그 종이부터 놓고 이쪽 좀 봐요.”
윤은 장부를 내려놓았다. 노인이 가리킨 바닥에는 낮은 턱이 있었다. 물결이 밀려올 때마다 그 턱을 넘었다. 다음 밀물까지는 두 시간 남짓이었다. 물이 한 뼘만 더 차면, 앉아 있는 사람들도 서 있어야 했다.
윤은 노인에게 기다리라고 말하려다 그만두었다. 이들은 이미 사흘을 기다렸다. 대신 물었다. “여기서 가장 손이 작은 분이 누구입니까?”
사람들 사이에서 젊은 여자가 앞으로 나왔다. 그녀는 팔을 걷어 손목을 내밀었다. 부은 손가락 끝에 실밥이 감겨 있었다. 수리공이냐고 묻자 돛을 꿰맨다고 했다.
“제가 철사 끝에 줄을 묶어 드릴 겁니다. 물속에 손을 넣으라는 게 아니에요. 빛이 닿는 데서, 보이는 고리에만 걸어주세요.”
여자는 그 말을 두 번 확인했다. 보이지 않는 데로는 손을 넣지 않아도 되느냐고. 윤은 두 번 다 그렇다고 대답했다.
돌아가는 길
필요한 거울은 한 장 모자랐다. 윤이 몇 해 전 위층으로 옮겼던 거울이었다. 서쪽 작업장은 곧 폐쇄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남은 거울을 떼어 등대에 달고, 빈 받침대에는 철판을 덧댔다. 청구서에는 작업 완료라고 적었다.
“제가 막은 자리군요.”
서린은 손전등으로 철판의 나사를 비추었다. “열 수 있어요?”
나사 네 개 중 세 개는 풀렸다. 마지막 것은 머리가 뭉개져 있었다. 윤은 드라이버 대신 끌을 꺼냈다. 망치 소리가 지하를 울릴 때마다 쇠창살 너머에서도 짧은 대답이 돌아왔다. 아직 듣고 있다는 뜻이었다.
철판을 벗겨내자 점검구 뒤로 바닷바람이 들어왔다. 윤은 빈 등을 꺼냈다. 유리갓도 심지도 없는 등. 서린이 가져오라고 한 것은 불을 붙이라는 뜻이 아니었다. 등 안쪽의 반사판은 작은 빛도 한쪽으로 모아 보냈다.
윤은 반사판을 떼어 점검구의 받침에 끼웠다. 서린이 거울을 돌렸다. 처음에는 벽이, 다음에는 물이 밝아졌다. 마지막으로 물 아래의 쇠고리가 떠올랐다. 녹슨 고리 옆에 서른일곱 사람이 드나들어 닳은 돌턱이 보였다.
돛을 꿰맨다는 여자가 철사를 내렸다. 첫 번째에는 고리를 지나쳤다. 두 번째에는 철사가 휘어졌다. 세 번째에 고리 안으로 끝이 들어갔다. 여자는 숨을 내쉰 뒤 자기 허리에 감고 있던 줄을 풀어 철사에 묶었다.
걸쇠는 한 사람의 힘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줄 뒤에 세 사람이 붙었다. 문해조가 박자를 셌다. 하나, 둘, 셋. 물 위로 검은 녹이 퍼졌다. 네 번째에 걸쇠가 빠졌다. 수문은 손바닥 너비만큼 들렸다가 다시 내려앉았다.
윤은 공구 가방에서 철제 쐐기를 꺼냈다. 문 아래에 밀어 넣기에는 짧았다. 가방을 뒤져도 더 긴 것은 없었다. 그는 등대에서 받은 회수 명령서를 꺼내 바닥에 깔고, 그 위에 공구를 전부 쏟았다. 서린은 명령서를 읽었다.
“해 지기 전까지.”
“배가 기다린답니다.”
“여기도 그래요.”
윤은 대꾸하지 않았다. 사다리 발판의 쇠봉 하나를 빼내 끌과 맞물렸다. 그 끝을 수문 아래에 넣고, 몸무게를 실었다. 문이 다시 조금 들렸다. 서린이 쐐기를 넣었다. 쇠창살 너머에서 가장 마른 사람이 엎드렸다.
한 사람이 나오고, 다음 사람이 나왔다. 윤은 쇠봉에서 손을 떼지 못했다. 서린은 나온 사람들의 이름을 물어 장부 옆에 적었다. 빨리 지나가라는 말 대신, 이름을 한 번 더 불렀다. 대답이 돌아오면 다음 이름을 적었다.
문해조는 마지막에 나왔다. “서른여섯.” 서린이 숫자를 말했다. 노인은 뒤를 돌아보았다. 돛을 꿰매던 여자가 아직 안쪽에 있었다. 젖은 줄이 문턱 아래에 끼어 있었다. 그녀는 줄을 버리면 걸쇠가 내려올까 봐 붙잡고 있었다.
“이제 놓으세요.” 윤이 말했다. “이쪽에서 받치고 있어요.”
여자는 줄을 한 번 놓았다가 다시 잡았다. 윤은 쇠봉을 손바닥으로 두드렸다. 금속 소리가 났다. 그녀는 그 소리를 들은 뒤에야 두 손을 폈다.
서른일곱. 서린이 마지막 이름을 적었다. 윤은 쇠봉을 빼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좋은 공구였고, 다시 살 돈도 없었다. 그래도 돌아와 가져갈 수 있는 물건이었다.
불이 켜진 쪽으로
사람들을 위층 점검구로 올려보낸 뒤, 윤과 서린은 별을 가지러 내려갔다. 열 번째 층은 소리가 적었다. 높은 층에서 들리던 물소리가 천장 가까이서 흐르고, 두 사람의 발밑은 이상하게 말라 있었다.
별 조각은 차광함 안에 놓여 있었다. 뚜껑이 조금 열려 있었다. 그 틈을 향해 낡은 거울 하나가 고개를 들고 있었다. 서린이 그 거울을 눕히자 위로 이어지던 빛이 사라졌다. 지하가 어두워졌다. 이번에는 어둠 속에 남겨둔 사람이 없었다.
“제가 들게요.” 윤이 말했다.
서린은 함의 손잡이를 놓지 않았다. 윤이 잡은 반대편 손잡이를 확인한 뒤에야 절반의 무게를 넘겼다. 둘은 함을 사이에 두고 계단을 올랐다. 한 층을 오를 때마다 쉬었다. 서린은 다친 발을 바닥에 완전히 놓지 못했다.
점검구 밖에는 구조된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심부름꾼 아이가 물을 나르고 있었다. 윤이 내민 출입표를 받은 아이는 소장을 부르러 가지 않았다. 신호소 사람들과 항구 의사를 데려왔다. 장부의 젖은 종이는 돌 위에 펼쳐 말렸다. 빈 퇴근 칸들이 저녁 바람에 들썩였다.
관리소장은 등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차광함을 보자 손부터 내밀었다. 윤은 함을 들고 그의 옆을 지나갔다. 서린이 장부를 소장에게 내밀었다. 소장은 잡지 않았다.
“무단 반출입니다.”
“돌려왔어요.” 서린이 말했다. “사람도, 별도.”
소장은 방파제를 보았다. 젖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난간에 기대어 있었다. 그 옆에는 이름을 받아 적는 신호소장이 있었다. 항구 의사는 문해조의 소매를 자르고 있었다. 아무도 떠나지 않았다.
윤은 별을 받침대에 올렸다. 천 위에 놓인 볼트는 처음 보았을 때와 같은 순서였다. 하나씩 조이는데 손이 떨렸다. 마지막 볼트가 구멍을 비껴갔다. 서린이 아래에서 틀을 잡아주었다.
등대가 한 바퀴 돌았다. 빛이 육지 쪽 창문을 훑고 바다로 나갔다. 잠시 뒤, 안개 밖에서 배 한 척이 종을 울렸다. 두 번째 배가 대답했다. 세 번째 배의 소리는 한참 뒤에 왔다. 윤은 그 소리까지 듣고 나서야 공구 가방을 닫았다.
소장은 약속한 돈에서 공구 분실 값을 빼겠다고 했다. 윤은 쇠봉 하나를 남겨두고 왔다고 말했다. 다른 공구는 빠짐없이 있었다. 소장이 장부를 보자고 하자, 윤은 창밖의 신호소장을 가리켰다.
그날 밤에도 서쪽 문은 열리지 않았다. 새 자물쇠는 그대로였다. 사람들은 점검창으로 나왔고, 소장은 자기 명령을 취소하지 않았다. 별이 돌아왔다고 해서 모든 일이 제자리로 돌아간 것은 아니었다.
이튿날 윤은 창틀을 넓히러 갔다. 수리비가 승인되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지만, 먼저 치수를 쟀다. 돛을 꿰매던 여자가 줄자를 잡아주었다. 그녀는 이름이 선주라고 했다. 윤은 이미 장부에서 본 이름이라고 말하지 않고, 자기 이름을 알려주었다.
서린은 의자에 앉아 빈 등을 닦았다. 반사판은 지하 점검구에 남아 있었다. 심부름꾼 아이가 새 심지를 가져왔지만, 서린은 그것을 서랍에 넣었다. 등에는 작은 금속패를 달았다. 점검창 옆. 언제든 가져갈 것.
해가 지자 등대가 돌기 시작했다. 서린은 창문을 열었다. 돌아오는 배들이 보이는 쪽으로. 바람에 책상 위의 명부가 넘어갔다. 마지막 장에는 서른일곱 개의 이름이 있었고, 이름마다 같은 날짜가 적혀 있었다.
윤은 문턱에서 그 페이지를 보았다. 이름 위에는 아무 선도 그어져 있지 않았다.
